구리값 넉달째 '게걸음'…제조업 불황에 재고 두달새 2배↑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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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값 넉달째 '게걸음'…제조업 불황에 재고 두달새 2배↑ [원자재 포커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63197.1.jpg)
中 구리업계 실적 11년 만에 최악 수준
전 세계 실물 경제 상황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게걸음을 걷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제조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재고가 급격하게 불어난 탓이다. 중국의 금속 가공업체들이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내는 등 수요가 반등할 기미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선물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12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0.85%(0.032달러) 내린 파운드당 3.747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초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에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구리 가격은 5월께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뒤 4개월째 3달러 후반대에서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3개월물 가격도 t당 8300달러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해당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t당 8120~8870달러 사이에서 박스권 장세를 보였다.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난 재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 LME 저장 창고에 보관돼 있는 구리 재고는 14만9600t으로, 약 두 달 전 5만4225t(7월 12일 기준)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재고량은 지난해 5월 이후 최대치이기도 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99.34564081.1.jpg)
앤디 홈 로이터통신 금속 애널리스트는 “중국으로부터 어떠한 가격 상승 신호가 나오더라도, 지속적인 수요 약세와 더 많은 지역에서의 과잉 공급에 의해 상쇄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중국 구리 업계는 침체 국면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가통계국 데이터를 인용해 이 나라의 구리 제련소와 가공업체들의 올해 1~7월 누적 영업이익이 1년 전 대비 36.7% 급감했다고 전했다. 2012년(-26.1%) 이후 1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통상 가을은 금속 업계의 활동량이 많아지는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일반적인 흐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중국 내 구리 수요의 25%가 건설 산업에서 나온다. 소비재 부문에서도 16%를 담당하는데, 경기 침체 우려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정이 늘면서 구리 수요 약세 흐름에 더욱 힘이 실렸다.
![구리값 넉달째 '게걸음'…제조업 불황에 재고 두달새 2배↑ [원자재 포커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563243.1.png)
그러나 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기저효과에 일부 기인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반기 전망은 부정적이다. 중국 증권사 궈타이 주난의 지 시안페이 선물 애널리스트는 “태양광 산업 성장 둔화와 더불어 일반 가정에서의 소비지출 축소 경향이 지속됨에 따라 하반기 구리 수요 증가율은 3.9%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ASK리소시스의 에릭 리우 트레이딩 부문 책임자도 “중국 정부에서 더욱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마련한다면 흐름이 바뀔 수는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하는 국면”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대체할 엔진이 없으며, 재생에너지 시장은 아직까지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큼 커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