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을 '애플 팬'이라고 칭했다. 미국의 제재에 대해선 "압력이자 동기 부여"라며 기술 자립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20일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ICPC)에 참가한 대학생과 교수 등 코치들과 만난 자리에서 '애플 팬이냐'는 아이슬란드 참가자의 질문을 받고 "배우고 비교할 기회를 준 교사가 있어 매우 행복하다"며 "그런 관점에서 나는 애플 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런정페이는 또한 "딸(멍완저우 화웨이 순회 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이 미국에서 공부했는데 애플이 없었다면 수업에서 매우 불편했을 것"이라며 "애플 제품이 왜 이렇게 잘되는지 자주 탐구하고 우리와 애플 간의 격차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대한 화웨이의 대응을 묻는 브라질 참가자의 질문에는 "우리에게 압력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압력은 동기가 되기도 한다"며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기본적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했고, 미래에는 반드시 미국 플랫폼과 동일한 기반으로 실행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상호 연결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화웨이가 첨단반도체·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의 자립을 이뤄가고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런정페이는 아울러 "화웨이는 기초 이론 과학연구를 중요시하며 매년 30억∼50억달러(약 3조9900억∼6조65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ICPC를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런정페이의 이 발언은 대회 기간인 지난달 21일과 26일 나왔지만, 전날 대중에 공개됐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속에서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내장한 5G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한 시기에 지난달 29이라는 점에서 발언 공개 시기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화웨이가 7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한 AP를 갖춘 새 스마트폰을 깜짝 출시했다 / 사진=로이터연합
중국 화웨이가 7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한 AP를 갖춘 새 스마트폰을 깜짝 출시했다 / 사진=로이터연합
화웨이는 이날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화얼제젠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9월 둘째 주(9월 4∼10일) 화웨이의 중국 스마트폰 판매시장 점유율은 17%로, 룽야오(17.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화웨이와 룽야오의 점유율 차이가 0.2% 포인트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화웨이의 신제품에 쏠리는 관심과 인기를 고려하면 지난주 1위를 탈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했다. 룽야오는 화웨이의 저가 브랜드였으나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후 분사했다.

실제 화웨이가 3분기 단숨에 순위를 탈환했을 지 주목된다. 시장 정보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오포(OPPO)가 1위였고, 화웨이는 비보(vivo), 룽야오, 애플에 이어 샤오미와 함께 5위에 머물렀다.

한편 중국 당국은 이날 미국 정보기관을 겨냥한 글을 게시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미국 정보기관이 인터넷 공격으로 기밀을 탈취하는 주요 비열한 수단을 폭로한다"며 "미국 국가안보국(NSA) 산하 특수접근작전실(TAO)이 2009년 중국 화웨이 본사 서버에 침입해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안전부는 또 "NSA가 지난 10여년 간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 45개국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간첩 작전을 수행했고, 통신과 과학 연구, 경제, 에너지, 군사 등 핵심 영역이 목표였다"며 "미국 정부는 '외국정보감시법' 등 법령을 통해 관련 테크기업들의 설비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에 백도어(비밀 수단)를 설치하도록 강제한다"고 썼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