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 단식 21일 차인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 단식 21일 차인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민주당으로선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방탄 국회’라는 비판이 예상되고, 가결되면 분당(分黨) 버금가는 내홍이 불가피해서다.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하면서도 영장 기각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도 함께 제출됐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안건에 대한 표결이 이뤄진다.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고심이 깊은 분위기다. 21일 표결을 거부하거나 반대표를 대거 던질 경우 ‘방탄 정당’이란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서다. 내년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중도 확장에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가결될 경우 당은 극한 내홍에 빠질 전망이다. 특히 이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를 두고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라고 말한 이유다.
단식 19일차인 지난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단식 19일차인 지난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을 호소했다.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대조된다.

가결 압박하지만... 영장 기각 우려도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서 가결시켜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시도당위원장 회의 모두발언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가 자기 입으로 불과 석 달 전 모든 국민이 보는 앞에서 한 약속인 만큼, 그 약속을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표는 국민 앞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약속하지 않았나"라며 "스스로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선 체포동의안 가결 후 영장 기각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영장 기각 시 ‘검찰이 정치수사를 했다’는 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실제로 구속되는 상황도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로 강성 지지층이 결집하는 상황에 계파색 옅은 인물이 비대위원장 등을 맡을 경우 도리어 야당이 중도층 표심을 끌어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구속으로 민주당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해 중도 확장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게 차라리 낫다’는 얘기가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 구속이 여권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정무적인 판단과 별개로 죄를 지은 사람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은 한 총리 해임건의안,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맞물려 향후 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111명)과 정의당(6명), 시대전환(1명), 한국의희망(1명),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2명) 등을 제외하면 민주당에서 최소 29명만 이탈표가 나와도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찬성표가 민주당 내부에서 얼마나 나올지도 관건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는데, 이탈표가 지난 2월 첫번째 체포동의안 표결 때보다 많이 나오는 상황을 민주당 지도부는 가장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