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불법 저질러도 잘산다"…애널리스트 범죄 계속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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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현직 애널리스트, 선행매매 등 부정거래에 대한 경각심 필요
유죄 판결 받은 일부 애널리스트, 비상장사 대표로 복귀하기도
"나쁜 선례 만드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재산 몰수 등 처벌 강화해야" "스스로 직업윤리를 저버린 애널리스트에 대해 재산 몰수형 등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증권업계에서 14년 넘게 애널리스트 일을 해온 A씨는 몇몇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일탈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이유에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선행매매 혐의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적발된 애널리스트의 첫 공판이 최근에 열렸다. 이 애널리스트는 10여년간 활동하며 차명으로 미리 사둔 주식을 추천하는 리포트를 발간해 5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최근 몇 년 새 애널리스트의 부정거래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증권사 자체적으로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엄격히 관리하는 내부 통제를 시행함에도 부정거래 사건은 끊이질 않는다. 증권사가 임직원의 모든 거래 내역을 일일이 파악하는 게 어렵다 보니 차명계좌를 통한 선행매매 부정거래는 잡아내질 못하는 것.
A씨는 최근 후배 애널리스트와 동료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선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후배 애널리스트들이 부정거래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 그는 "후배 애널리스트들이 대화에서 부정거래로 회사에 쫓겨나더라도 잘 먹고 잘산다고 언급했는데, 마치 자신들도 한 건 크게 땡겨서 은퇴해야 하지 않겠냐는 식의 농담을 주고받았다"면서 "사후 처벌을 강화해 부정거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행매매로 실형을 살고 나온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연초에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앞서 이 전직 애널리스트는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는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 리포트 배포 전 차명 계좌를 통한 선행매매로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
1심서 선행매매로 유죄 판결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또 다른 전직 애널리스트도 현재 반도체장비 기업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450억원이 넘는데,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투자해 주목받았던 곳이다.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야기하는 선행매매 행위에도 기업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
그럼에도 A씨 현실적으로 선행매매 혐의를 입증해 부당이득을 환수하기까지는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한다. 불법을 저지른 애널리스트들은 '내가 발간한 리포트는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확정적 정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발간한 리포트가 주가를 부양했다고 단정 지을 만한 분명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를 과징금으로 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불공정거래 부당이익을 '총 수익에서 비용을 뺀 값(선행매매의 경우엔 ‘주식 매도 단가에서 매수 단가를 뺀 차액’에 주식 수량을 곱한 값)'으로 규정하고, 그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씨는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가뜩이나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부당이득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이라며 "형사처벌이나 과징금의 정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여, 시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15년차 현직 애널리스트, 선행매매 등 부정거래에 대한 경각심 필요
유죄 판결 받은 일부 애널리스트, 비상장사 대표로 복귀하기도
"나쁜 선례 만드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재산 몰수 등 처벌 강화해야" "스스로 직업윤리를 저버린 애널리스트에 대해 재산 몰수형 등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증권업계에서 14년 넘게 애널리스트 일을 해온 A씨는 몇몇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일탈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이유에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선행매매 혐의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적발된 애널리스트의 첫 공판이 최근에 열렸다. 이 애널리스트는 10여년간 활동하며 차명으로 미리 사둔 주식을 추천하는 리포트를 발간해 5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최근 몇 년 새 애널리스트의 부정거래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증권사 자체적으로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엄격히 관리하는 내부 통제를 시행함에도 부정거래 사건은 끊이질 않는다. 증권사가 임직원의 모든 거래 내역을 일일이 파악하는 게 어렵다 보니 차명계좌를 통한 선행매매 부정거래는 잡아내질 못하는 것.
선행매매 등 불법 저질러도 사업가로 복귀한 애널리스트
A씨는 애널리스트의 부정거래와 관련해선 금융이나 사법 당국의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적발 시 형사처벌과 과징금 부과 등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하단 설명이다. A씨는 "현실적으로 선행매매 자체가 입증이 쉽지는 않은데다 부당이익 계산법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재산 몰수형이나 과징금을 5~10배 정도로 늘리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A씨는 최근 후배 애널리스트와 동료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선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후배 애널리스트들이 부정거래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 그는 "후배 애널리스트들이 대화에서 부정거래로 회사에 쫓겨나더라도 잘 먹고 잘산다고 언급했는데, 마치 자신들도 한 건 크게 땡겨서 은퇴해야 하지 않겠냐는 식의 농담을 주고받았다"면서 "사후 처벌을 강화해 부정거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행매매로 실형을 살고 나온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연초에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앞서 이 전직 애널리스트는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는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 리포트 배포 전 차명 계좌를 통한 선행매매로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
1심서 선행매매로 유죄 판결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또 다른 전직 애널리스트도 현재 반도체장비 기업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450억원이 넘는데,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투자해 주목받았던 곳이다.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야기하는 선행매매 행위에도 기업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
현실적으로 힘든 선행매매 입증… 과징금 몇 배로 높여야
A씨는 부정거래를 한 애널리스트들의 영구적인 퇴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은 업무의 특성상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하는데, 일부 선을 넘은 애널리스트가 나쁜 선례 만드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면서 "선행매매는 자본시장법이 엄격하게 금지하는 심각한 범죄로, 비정상적인 시세조종은 불특정 다수인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도 야기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그럼에도 A씨 현실적으로 선행매매 혐의를 입증해 부당이득을 환수하기까지는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한다. 불법을 저지른 애널리스트들은 '내가 발간한 리포트는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확정적 정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발간한 리포트가 주가를 부양했다고 단정 지을 만한 분명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를 과징금으로 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불공정거래 부당이익을 '총 수익에서 비용을 뺀 값(선행매매의 경우엔 ‘주식 매도 단가에서 매수 단가를 뺀 차액’에 주식 수량을 곱한 값)'으로 규정하고, 그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씨는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가뜩이나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부당이득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이라며 "형사처벌이나 과징금의 정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여, 시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