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빠듯한 서대문구, 대학 앞에선 지갑 여는 이유
서울 서대문구는 서울의 주요 주거중심지 중 하나다. '서대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1396년 조선 초기 돈의문이 현 서대문역 인근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돈의문은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앞에 있었기 때문에 현재는 종로구에 속하지만, 이 일대를 서대문으로 통칭하는 계기가 됐다. 1943년 일제시대 구제(區制)가 실시되면서 경성부(서울) 서대문구역소가 설치됐고, 해방 후 이것이 서대문구로 바뀌었다.

해방 당시의 서울은 지금보다 작았다. 외곽지역은 경기 고양이었는데 서울의 확장과 함께 은평면 일대가 서울시로 편입되며 서대문구에 들어왔다. 이후 여러 차례의 행정구역 변경을 거쳐 마포구, 서대문구, 종로구, 중구, 은평구 등의 현 체제가 성립됐다. 마지막 변화는 1998년 현저동이 천연동으로 통합된 것이다. 독립문공원과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현저동은 박완서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지역 분위기가 잘 묘사돼 있다.
독립문공원 내 서대문형무소의 모습.  /서대문구청 제공
독립문공원 내 서대문형무소의 모습. /서대문구청 제공
전체 면적은 17.61㎢다. 서울시 전체의 2.91%를 차지한다. 인구는 30만6337명(작년 말 기준), 가구 수 기준으로는 14만5797가구다. 남성이 47.6%고 여성이 52.4%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8.1%로 서울 전체 평균(17.2%)보다 살짝 높은 편이다.

오래된 주거지역…복지지출 50%

서대문구는 대학가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서울의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다. 인구가 적은 중구나 예산이 넘치는 강남구 등과는 다른, 전형적인 중산층 거주지의 특성을 갖고 있다. 서대문구청의 2023 예산서를 살펴보아도 이런 특징이 드러난다.

올해 서대문구의 세입 예산(추가경정 전)은 7538억원이다. 일반회계가 7371억원, 특별회계가 167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써야 하는 돈에 비해 들어오는 돈이 부족하다. 지방세 수입이 1334억원(17.7%), 세외수입이 591억원(7.8%), 보전수입 등 내부거래 금액이 691억원(9.2%)를 차지한다.
서대문구 세입세출 내역.  /서대문구청 제공
서대문구 세입세출 내역. /서대문구청 제공
중앙정부에서 받는 다양한 보조금이 3241억원(43.0%)으로 비중이 크다. 또 서울시에서 조정교부금(1491억원, 19.8%)을 받는 것도 서대문구의 주요 수입원이다.

세출 예산을 보면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50.8%(3828억원)로 크다. 복지지출 비중이 더 높은 강서구와 노원구 등의 사례도 있지만, 서대문구도 적지 않은 비중을 복지에 할애해야 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기초연금 지출만 해도 1250억원에 달한다.

구도심 많아…개발에 박차

서대문구는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는 기조 하에 합리적으로 재정을 배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빠듯한 살림에도 다양한 정책사업을 시행하는데,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대학'이 많은 지역 특색을 활용한 정책이다. 서대문구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경기대 간호대 등 9개 대학이 있다. 기초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다.

서대문구는 대학지역을 지나가는 경의선 철도의 지상구간을 지하화하고 이곳에 선형으로 된 공원(자전거도로)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한 용역을 발주하는 데 올해 5억원을 배정했다. 강북횡단선에 간호대역을 신설하기 위한 타당성검토 용역도 발주하고 서울시와 협의를 하려 하는 중이다.
서대문구의 경의선 지하화 기본구상 용역  /서대문구청 제공
서대문구의 경의선 지하화 기본구상 용역 /서대문구청 제공
이달 초 개최된 신촌글로벌문화축제는 많은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됐다. 예산은 약 2억~3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서대문구 대학가의 상황에 맞춘 페스티벌이다.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많은 특성상 재개발 재건축도 이 지역의 핵심 이슈다. 이성헌 구청장은 아예 재개발 재건축 과정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아카데미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대문구청은 "오시는 분들에게 음료수를 대접하고 강사료를 지급하는 정도의 예산 외에는 드는 것이 없다"며 "관련 예산항목을 따로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고 했다. 그러나 효과는 만점이다. 복잡한 재개발 재건축 과정을 주민들이 이해할수록 사업의 진행속도가 높아질 수 있고 의견 수렴과 합의도출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영천시장, 홍제 골목시장, 충정로 등 구도심에 형성된 오래된 상권을 되살리는 데도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영천시장 및 홍제 골목시장의 환경개선에는 4억6000만원, 포방터 개선사업과 영천시장 문화관광 등에는 3억6000만원, 충정로 음식문화 거리 조성에는 19억5000만원 등이 배정돼 있는 게 눈에 띈다.
2023년 9월 신촌에서 진행된 신촌글로벌대학축제에서 즐기는 학생과 시민들의 모습.  /서대문구청 제공
2023년 9월 신촌에서 진행된 신촌글로벌대학축제에서 즐기는 학생과 시민들의 모습. /서대문구청 제공
최근에는 신촌역에서부터 연세대학교에 이르는 연세로 구간의 차량서울시는 올 초부터 9월까지 통행을 허용했다가 다시 대중교통을 제외한 일반차량은 통행 금지하여 유동인구 변화 등을 살피는 정책실험을 하는 중이다. 이 구청장을 비롯한 서대문구 주민들은 차량이 다녀야 상권이 살아난다며 서울시에 통행금지 규제를 풀어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소소하게 주민들의 환영을 받는 정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홍제천 뮤직까페 조성을 통한 명소화 사업(6억2000만원)이다. 안산 황토길 조성(5억원)도 주민들의 반응이 좋은 대표 사업으로 꼽힌다. 서대문구는 황토길 조성 반응이 좋아 내년에 추가 예산을 들여 이 사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