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및 광산기업이 주도해온 광물 확보전에 테슬라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까지 가세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면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 니켈 등에서 쇼티지(공급 부족)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 제조사까지 공급망 투자

호주 서부에 있는 리튬 정제 공장. Getty Images Bank
호주 서부에 있는 리튬 정제 공장. Getty Images Bank
20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7억달러에서 2035년 70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무선헤드폰 등 기존 쓰임새에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탄소중립을 위한 청정 기술 분야에서도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배터리업계가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필수 광물 채굴 및 가공에 투입해야 하는 투자액은 7300억달러로 추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튬이온 배터리업계의 두 가지 양극재 기술(NMC, LFP)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테슬라 비야디(BYD) 폭스바겐 등 자동차 제조사, CATL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제조사와 BHP 등 광산기업까지 광물 수급 전선에 뛰어들었다”며 “어떤 종류의 배터리가 승기를 잡는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고 전했다.

완성차 기업들이 광물 공급망 전쟁에 참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로는 미·중 갈등이 꼽힌다. 중국이 배터리 전체 공급망을 60% 이상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IRA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자동차 기업들로서는 비(非)중국산 소재 광물을 안정적으로 실어나르는 게 기업의 존폐를 가르게 된 것이다.

테슬라는 최근 브라질 리튬 광산 등을 보유한 캐나다 광산기업 시그마리튬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5월 캐나다 온타리오에 배터리셀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두 달 뒤인 7월에는 경쟁사 스텔란티스와 함께 각 1억달러를 들여 특수목적인수회사 ACG에 출자했다. ACG는 브라질의 니켈 구리 등 다양한 광산을 매입해 광산기업을 세울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리튬아메리카, 에너지엑스 등 리튬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

○“배터리 최후 승자 아직 몰라”

일본 도요타는 호주 광산기업 올켐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올켐을 통해 캐나다 리튬기업 리벤트를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니켈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했다. 세계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배터리 부품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비야디는 지난 6월 중국 최대 리튬 생산지인 장시성 리튬 광산 프로젝트에 42억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최근 직접 광산회사를 차렸다. 중국 내 리튬 광산 두 곳의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해외 광산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리튬을 확보했다면 광산 자회사를 통해 리튬 채굴 및 판매를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캐나다 시그마리튬, 독일 벌칸에너지 등과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아직 ‘배터리 최후의 승자’가 판가름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FT는 “앨버말 등 리튬 광산업체들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대세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리튬 전성시대’를 자신하고 있지만, 나트륨(소듐)이온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흑연 대신 실리콘이 들어간 음극재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강미선/김리안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