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석문국가산업단지 안에 자리한 플라밍고CC.  플라밍고CC 제공
충남 석문국가산업단지 안에 자리한 플라밍고CC. 플라밍고CC 제공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린 지 1시간30여 분. 송악 인터체인지(IC)를 빠져나와 북부산업로를 누비면 현대제철 등에서 나오는 쇳내가 코를 찌른다. 7㎞ 길이의 석문방조제 위를 질주하자, 충남 당진에 있는 석문국가산업단지가 위용을 드러낸다.

지난 18일 찾은 이곳은 생산과 주거, 연구뿐 아니라 골프장 등 관광 및 휴양 기능을 겸비한 미래형 산단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석문산단은 최근 LG화학이 입주를 확정한 데 이어 착공을 시작하면서 들뜬 분위기다. 백경열 석문산단경영자협의회장은 “대기업이 산단의 앵커기업 역할을 해주면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 적극 해석으로 신산업 유치

충남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한일화학공업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충남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한일화학공업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LG화학 당진공장 착공은 윤석열 정부의 산단 규제 개혁 사례로 꼽힌다. LG화학은 지난 3월 석문산단에 3100억원 규모의 열분해공장과 차세대 단열재 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열분해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기존에는 석유를 사 와서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하는데 당진공장 완공 후에는 석유 일부를 재활용으로 얻은 열분해유로 대체한다”며 “연간 2만t의 열분해유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장 착공까지는 수년간 우여곡절이 있었다. 산단은 물리적 환경에 따라 입주 가능 업종이 제한된다. 산단 조성 시 관리기본계획에 의해 업종별 배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LG화학은 2018년 석문산단에 화학업종으로 입주계약을 체결하고, 부지를 분양받았다. 23만8368㎡ 땅을 확보한 LG화학은 미착공 상태로 두다가 2021년 12월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열분해유 제조 사업을 보유 부지에 추진하려고 업종 추가를 신청했다.

문제는 열분해유 제조업이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상 특정하기 모호하다는 점.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석문산단 관리기본계획상 석유 업종은 입주 불가이고 화학 업종은 가능한데 LG화학에서 당초 낸 사업계획이 양쪽 경계 사이에 있던 탓에 처음엔 입주 불가 처분이 내려졌다”며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통계분류가 명확하지 않은 신기술 사업에 대해 전문가 자문회의를 한 끝에 적극적으로 해석해 화학 업종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석문산단의 또 다른 특징은 단지 내 총 30홀 규모의 대중제 골프장 플라밍고CC의 존재다. 지난 7월 개장했는데, 산단 내 조성된 골프장으로는 최초 사례다. 산단공 관계자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고용 창출 효과를 내기 위해 골프장을 조성했다”고 소개했다.

규제 완화 전국으로 확대

정부는 산단의 입주 문턱을 낮추고 나섰다. 산단 관리기관인 산단공 등이 산단 조성 시 규정한 입주업종 제한을 5년마다 재검토해 산업·기술 변화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표준산업분류상 업종이 확립되지 않은 산업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업종심의기구’를 신설해 입주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일부 금지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입주를 허용하는 ‘업종특례지구’(네거티브존) 신청 요건도 완화한다.

당진=최형창 기자
한경·한국산업단지공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