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형의 런던eye] '살고 싶은' 도시 위해…광역버스망 건설하는 런던
세계적인 대도시로 꼽히는 영국 런던은 도심 16개 구와 외곽 16개 구 등 총 32개의 행정구역(bourogh)이 있다. 면적은 서울보다 2.5배 넓다.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런던교통국은 2024년 봄까지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총 10개의 광역급행버스순환망(SUPERLOOP)을 건설 중이다. 현재 런던은 지하철, 지상철, 트램, 기차역 등 다양한 형태의 대중교통 역사가 무려 400개 이상 운영되고 있다.

닮고 싶은 점을 찾자면 대중교통 노선과 도로가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역 한 곳에서 사고가 나서 운행이 중단돼도 다른 노선을 이용해서 갈 수 있고, 교통사고가 나서 막히면 주택들이 있는 조그마한 도로를 통해 우회해서 갈 수 있다. 대중교통망이 실핏줄처럼 구성돼 점을 이뤘다면, 이번 광역급행버스순환망은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으로 마치 인체의 대동맥과 대정맥을 연상케 한다. 이런 선들은 면을 이뤄 영국 정부가 지속 추진하고 있는 레벨링업(지역균형발전)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

2023년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살펴보면 유럽, 호주, 캐나다, 일본 같은 선진국의 자연환경이 좋은 것이 공통점이었다. 4위를 차지한 호주 시드니가 550만 명으로 대도시이고 그 밖에는 빈(1위), 코펜하겐(2위), 밴쿠버(5위) 등 200만 명이 안 되는 작은 도시가 많았다. 선정된 도시 대부분이 자연환경이 좋아서 살기 좋은 곳에 꼽혔지만 과연 ‘살고 싶은 곳’인지는 의문이 든다. 일자리, 먹거리, 볼거리와 살거리(쇼핑)가 다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런던 도심은 사무실과 관광명소, 쇼핑거리가 밀집돼 있다 보니 많은 사람이 모인다. 도로는 좁은데 버스전용차선과 자전거 통행까지 병행하니 차량 정체가 심한 편이다. 1952년 12월 발생한 런던 스모그로 한 달 동안 4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태를 겪으면서 런던 시민들의 환경 민감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이를 반영하듯 런던 도심은 상업건물 대부분이 자체 주차장을 운영하지 않는다. 도심혼잡통행료를 매일 15파운드(약 2만4000원)씩 부과한다. 또 초저배출구역(ULEZ)을 설정해 2015년 이전의 디젤차량 등 노후 차량에 도심 진입 시 매일 12.5파운드(약 2만원)의 통행료를 부과한다. 특히 초저배출구역은 지난달 29일부터 런던 외곽까지 대상 지역을 확대·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후 차량을 갖고 주차장 없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람은 매일 100파운드(약 16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런던에서 20마일(32㎞) 속도제한을 지키면서 운전을 하다 보면 피곤하다 못해 어떨 때는 고통스럽다.

녹지, 좋은 학교, 편리한 생활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젊은 가족들에게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들이 도심과의 연결성이 좋아지면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외곽 지역은 도심보다 주택 가격이 평균 20% 정도 낮다. 하지만 도심이 가까워지면서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외곽 킹스턴의 주택 가격은 2019년 이후 24%나 올랐다.

살고 싶은 곳의 정의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런던 시민은 “원하는 것을 걸어서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①도심과 쉽게 연결되는 대중교통망이 있고 ②층간소음 걱정 없는 단독주택에 공원 같은 녹지가 가까이 있고 자녀는 걸어서 학교에 갈 수 있으며 ③하이스트리트(마을 내 번화한 구역)가 있어 카페, 맛집, 갤러리, 체육센터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층 건물과 아파트로 단위당 집적도가 높은 만큼 도심 녹지와 문화, 운동시설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살기 좋은 대도시로 가꿔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