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타던 증시의 상승 동력이 다시 꺼지고 있다. 6년 만에 가장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커진 가운데 반도체, 2차전지 등 시세를 이끌던 주도주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이 연휴 모드에 진입하면서 박스권에 갇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포 사라진 증시

주도株가 사라졌다…"내주까지 박스권"
20일 코스피지수는 0.02% 오른 2559.74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하반기 들어 박스권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5일엔 한 달여 만에 2600선을 회복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2500선으로 미끄러졌다. 코스닥지수는 이달 내내 조정받고 있다. 이날 0.13% 내린 882.72에 마감하며 지난 한 달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주가 하락을 이끄는 것은 기관과 외국인이다. 기관은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 2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회복세를 주도했지만 최근 3거래일 동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476억원, 225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도 각각 5437억원, 2102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장기 연휴(9월 28일~10월 3일)를 앞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조심하려는 투자자가 많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도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증시를 떠받치던 개인들의 매수세도 눈에 띄게 줄었다. 18, 19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915억원, 3165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이날은 874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데 그쳤다. 연휴 기간 돌발 변수가 나올 것을 우려한 일부 투자자가 현금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테마주로 몰려드는 투자자

주도주가 사라진 점도 증시 활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까지 시세를 이끈 2차전지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논란 등이 커지며 조정받고 있다. 반도체도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에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바이오, 엔터, 로봇 관련주도 약세다.

주도주가 사라지면서 투자금은 테마성 종목에 더 쏠리고 있다. 이달(1~20일) 주가가 50% 이상 오른 종목은 23개에 달했다. 테마주 열풍이 극에 달한 지난달 같은 기간(24개)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한 펀드매니저는 “증시가 부진할 때 테마주에 돈이 몰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주 위주인 유가증권시장은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8월 10조8256억원에서 이달 8조7220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코스닥시장은 12조1224억원에서 11조5967억원으로 조금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달 국내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테마주다. 상승률 1위(107%)인 노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관련 정치 테마주다. 시가총액이 1306억원이다. 상승률 2위(105%) 아스트 시총은 1440억원, 3위(96%) 에이스테크는 1804억원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