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유통그룹(매출 기준)인 신세계그룹이 쌍두마차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 대표를 동시에 교체했다. 25개 계열사 전체로도 최고경영자(CEO)의 36%(9곳)를 바꿨다. 경기 둔화와 쿠팡 등 신흥 e커머스 강자의 공세로 인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전열 정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은 ‘2024 정기 임원인사’를 20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으로 2019년 10월 이마트 수장에 선임된 강희석 대표가 4년 만에 교체됐다.

후임에는 조선호텔앤리조트를 이끌어온 한채양 대표가 임명됐다. 한 신임 대표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슈퍼마켓), 이마트24(편의점) 3개사 CEO를 겸직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통합 소싱(상품 조달)을 통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처”라며 “재무·관리 전문가를 투입함으로써 당분간 조직 정비에 전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 전문가인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운영사인 ㈜신세계 대표를 겸직한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 부문에서는 이석구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의 귀환이 눈에 띈다. 이 대표는 신세계라이브쇼핑을 이끌면서 백화점 부문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큰 신세계의 인사 폭에 대해 “유통 명가 재건을 위한 전열 재정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소신인 ‘안정과 관리’가 당분간 그룹 경영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