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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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가 두 달 만에 다시 인상 행보를 멈춘 것이다.

하지만 올해말까지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고 시장 예상보다 오랜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자 뉴욕증시는 하락마감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17년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채권금리는 급등했다.

연내 추가 인상 시사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Fed는 또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올해말 금리 수준을 연 5.6%로 예상했다. 지난 6월 5.6%로 잡은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내년말 금리 예상치는 연 4.6%에서 연 5.1%로 올렸다. '내년에 기준금리를 네 번 가량 내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 '두 번 정도 인하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성장률 전망치는 높아졌다. Fed는 올해 미국 성장률 예상치를 지난 6월 1.0%로 잡았지만 이번에 2.1%로 올렸다. 내년 성장률은 1.1%에서 1.5%로 상향조정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지난 6월 4.1%로 예상했다가 이번에 3.8%로 낮췄다. 같은 기간 내년 실업률은 4.5%에서 4.1%로 내렸다.

근원 물가 전망치도 소폭 하향조정했다. 6월 FOMC 때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3.9%로 전망했지만 이번엔 3.7%로 낮췄다. 다만 올해 헤드라인 PCE 상승률전망치는 3.2%에서 3.3%로 높였다.

"예상보다 중립금리 높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Fed는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은 계속 강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가 단기간 내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고금리를 좀 더 오래 유지하는 한편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기존 예상보다 늦췄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가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떨어지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 도달했는 지 여부는 현시점에서 열려 있는 질문"이라며 "추가 데이터에 따라 금리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의 대한 생각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연착륙이 기본 시나리오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며 "이전에 얘기한 것처럼 연착륙 가능성은 여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다만 "연착륙은 우리의 주요한 목표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유가 상승에 대해선 "소비자 심리와 기대인플레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며 "유가 상승이 얼마나 지속되는 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플레가 장기간 유지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강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파월 의장은 장기 중립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2026년까지 4년 연속 금리 전망치가 장기 중립금리보다 높은데 중립금리가 더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냐'는 물음에 "중립금리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립금리가 Fed의 경제전망(SEP)에 나오는 장기금리보다 높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답했다.

Fed는 이번에 2025년까지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모두 올렸지만 장기 중립금리는 연 2.5%로 유지했다. 2026년의 금리 예상치도 2.9%로 중립금리(2.5%)보다 높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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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2년물 금리 17년만에 최고치

FOMC 결과가 매파적으로 나오자 뉴욕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Fed가 점도표를 통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자 뉴욕증시는 상승폭을 반납했다. 이후 파월 의장이 고금리가 상당기간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하자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전환했다.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0.22% 하락했으며 S&P500지수는 0.94% 떨어졌다.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 지수는 1.53% 급락했다.

채권 시장은 증시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날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연 5.19%까지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경기침체 여부를 반영하는 10년물 국채금리도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연 4.4%까지 올랐다.

금리선물 시장에선 Fed가 12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점쳤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11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28% 정도로 봤다. 전날의 29%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대신 12월 회의까지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확률은 40%가량으로 전날의 35% 수준에서 소폭 올랐다.

데이비드 러셀 트레이드스테이션 글로벌 전략 총괄은 "지난 FOMC 이후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여 이번에 Fed가 매파적으로 나왔다"며 "특히 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미국 완성차 회사들의 파업으로 자동차값도 오를 수 있는 상황이어서 비둘기파적 입장을 취할 유인이 전혀 없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