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꼭 내려가야 하나"…여행 가거나 취업 준비 선택
"KTX 반값' 절약수단으로 찾기도…서울대 1시간 만에 매진
엔데믹에 대학가 '귀향버스' 돌아왔지만…반응은 시큰둥
사건팀 = 명절 때마다 대학 캠퍼스에서 전국 각지로 학생들을 실어나르던 '귀향 버스'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귀향 버스는 코로나19 유행 때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가 엔데믹 전환에 맞춰 하나둘씩 운영이 재개됐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서울 여러 대학에서 출발하지만 학생들 반응은 예전만 못하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와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단한 귀향 버스를 올해부터 다시 운영한다.

서울대와 고려대·중앙대·숭실대 역시 2년간 운행을 멈췄다가 지난해 추석부터 재개했고 올해도 버스를 대절했다.

반면 연세대와 이화여대·서강대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이미 귀향 버스를 중단했고 현재도 별다른 계획이 없다.

세종대는 올해 추석에 사업을 재개하려고 수요를 조사했으나 이용하겠다는 학생이 적어 무산됐다.

한양대는 수요가 갈수록 줄자 노선을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였다.

한양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올해 수요를 300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신청한 건 150명 정도"라며 "내년에도 귀향 버스 사업을 계속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귀향 버스는 지방 출신 학생들이 다른 대중교통보다 값싸고 편하게 고향에 내려갈 수 있도록 총학생회가 버스를 빌려 제공하는 학생복지 사업이다.

부산과 대구·광주 등 수요가 많은 노선 중심으로 운행한다.

1990년대에는 서울 대부분 대학 캠퍼스에서 귀향 버스가 출발했다.

2010년대 중후반까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해마다 타려는 학생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고향 찾는 발길이 끊기면서 대부분 중단됐다.

엔데믹에 대학가 '귀향버스' 돌아왔지만…반응은 시큰둥
여기에는 명절에 대한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반드시 고향에 내려가야 한다는 의무감 대신 학기 중 황금 같은 휴식 시간을 자유롭게 쓰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노선과 출발 시각을 단점으로 느끼는 학생도 적지 않다.

애초에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경우도 갈수록 느는 추세다.

특히 올해 추석 연휴는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개천절까지 엿새에 달해 고향보다는 여행지를 향하는 대학생이 많다.

서울대 경영대학 김모(21)씨는 "이번 추석 연휴가 긴 편인데 귀향 버스는 27일 하루뿐이어서 스케줄이 안 맞는다.

28일에 KTX를 타고 부산 집에 갈 예정"이라며 "지방에 사는 친구들도 추석에 고향에 가기보다는 제주도나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대학 4학년 박모(26)씨는 "전남 순천이 고향인데 올해 추석에는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자기소개서를 써야 해서 아주 바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은 소소한 절약수단으로 귀향 버스를 찾기도 한다.

서울대생 박모 씨는 "KTX를 타면 광주송정역까지 5만원은 족히 드는데 귀향 버스는 2만2천원이어서 예매가 열리자마자 신청했다"며 "이번이 첫 신청인데 용산역까지 안 가고 자취방 근처인 학교에서 바로 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수요조사를 거쳐 지난 11일 오후 6시부터 귀향 버스 탑승 신청을 받았다.

예매 시작 1시간 만에 5개 노선, 45인승 버스 5대 220석이 모두 동났다.

(김잔디 송정은 김정진 장보인 이미령 이율립 최원정 최윤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