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배틀그라운드 / 사진=크래프톤
게임 배틀그라운드 / 사진=크래프톤
1년 연기 끝에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특히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세부 종목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면서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크래프톤 개인 투자자들은 장미빛 예상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상장 후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해 개미 무덤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크래프톤은 15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크래프톤 주가는 15만원대에서 등락을 오가고 있다.

크래프톤은 2021년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으면서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45만4000원을 기록했고 같은 해 11월 주가는 56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주가는 15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연이은 악재가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가 인도 시장에서 서비스 중지 당한 데 이어 중국에서도 게임 규제가 강화되며 중국판 배틀그라운드 '화평정영'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회사를 견인할 신규 지식재산권(IP)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기대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완성도와 최적화 측면에서 혹평을 받으면서 주가 하락의 속도를 높였다.

올 상반기 크래프톤은 매출 9257억원, 영업이익 414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13.8% 감소한 수치다. 지속적인 컨텐츠 업데이트와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매출이 2021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탓이다.
경기 성남 분당구 백현동 크래프톤타워 로비./사진=신경훈 기자
경기 성남 분당구 백현동 크래프톤타워 로비./사진=신경훈 기자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이 다가오면서 크래프톤이 게임 대장주 명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e스포츠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첫선을 보였고 이번 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승격됐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종목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총 24개국 대표팀이 출전하며 중국 마카오에서 오프라인 경기로 오는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치러진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아시안게임 버전은 스카이다이빙, 오프로드 레이싱, 사격 등 여러 현대 스포츠를 혼합한 '사이버 철인3종경기'로 재탄생했다.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사막을 달리는 차량경주, 클레이사격을 연상시키는 '체크포인트 사격' 등으로 경쟁하는 방식이다. 4개 나라가 한 조에서 경쟁하고 결승지점을 통과하는 순서대로 순위가 결정된다.

이러한 호재에도 대부분의 주주들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은 모습이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아시안게임 같은 소리하고 있네. 월드컵에 나와도 주가 안 올라간다", "물타기도 이젠 못하겠다", "바닥인 줄 알았더니 계속 내려오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의 3분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안정적인 실적은 3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도 BGMI의 매출이 3개월 온전히 반영되고 자체 e스포츠 결승전 및 아시안게임 등 실적 개선 이벤트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신작 모멘텀은 크지 않아 밸류에이션이 상승할 구간은 아니지만 3분기 중 인도 BGMI 매출 3개월 반영과 애스턴 마틴 콜라보레이션 프로모션과 아시안게임까지 다양한 이벤트로 인해 영업이익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334억원, 1660억원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감익 기조에서 탈피해 플러스 이익 성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게임 업황 부진에도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사들(엔씨소프트 2000억대, 카카오게임즈 1000억대, 넷마블 적자)과 비교시 압도적인 수준"이라며 "신작 부재 우려도 내년 하반기 블랙버짓, 서브노티카 출시가 예정돼 있어 제한적이고 블랙버짓의 경우 연내 비공개 테스트에 돌입하며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