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win olaf, Munchen 2020 september
Erwin olaf, Munchen 2020 september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Erwin Olaf)가 64세의 나이로 20일 사망했다. 어윈 올라프는 폐 이식 수술을 받은 지 일주일 후 사망했다고 국내 전속 갤러리인 공근혜 갤러리가 이날 밝혔다. 작가 스튜디오 측은 그의 장례 절차 등의 세부 일정은 이번 주 후반 공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폭포에서_Im Wald_Am Wasserfall_2020 © Erwin Olaf ,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폭포에서_Im Wald_Am Wasserfall_2020 © Erwin Olaf ,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1959년 7월 2일 네덜란드 힐베르쉼에서 태어난 작가는 현대 사회에 내재된 모순을 들춰내고 소외된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연작들을 발표하며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네덜란드 대표 작가로 인정받은 어윈 올라프는2019년, 네덜란드 사자 훈장 기사로 임명되었으며, 지난 3월에는 네덜란드 국왕 윌렘-알렉산더로부터 오렌지 가문의 예술 및 과학 명예훈장을 받았다. 이 훈장은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개인에게 수여되는 영예로운 상이다.

한국에서는 공근혜갤러리를 통해 2012년에 '키홀(keyhole)'연작으로 첫 전시를 열었고 2021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대대적인 회고전이 열린 바 있다.
절벽앞에서_Im Wald_Vor der Felswand, Selbstporträt_2020© Erwin Olaf ,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절벽앞에서_Im Wald_Vor der Felswand, Selbstporträt_2020© Erwin Olaf ,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그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연작이 된 숲속에서 'Im Wald' 연작 중 '절벽 앞에서'는 고도 높은 알프스에서 촬영을 이어가며 줄곧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던 작가 본인을 촬영한 작품이다. 웅장하고 거대한 바위 산과 대조적으로 화면 중앙에 서 있는 작고 나약한 작가의 뒷모습은 자연 앞에선 우리 모두의 현실을 대변한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어윈 올라프는 저널리즘을 전공해 글 쓰는 기자로 활동하다 사진 작가로 전업했다. 1988년 '체스맨 시리즈'로 '유럽 젊은 사진작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예술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수많은 국제적인 예술, 미디어 상들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네덜란드 정부가 수여하는 사자 기사작위 훈장을, 2023년 3월에는 네덜란드 왕실로부터 오렌지 명예 훈장을 받았다.

올라프는 여성, 유색인종, LGBTQ+ 커뮤니티를 포함해 사회의 소외된 개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을 했다. 그의 작품 500점은 2019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컬렉션에 추가됐고, 네덜란드 황금사자 기사 작위를 부여 받기도 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타코 디비츠 관장은 그를 "20세기 말 가장 중요한 사진작가 중 한 명"이라고 불렀다.

올라프의 시선은 전 세계 낮은 곳과 높은 곳을 모두 향했다. 2018년 세계 주요 도시의 지진 변화 기간, 거대한 도시 속 사람들을 묘사하는 기념비적인 사진과 영화 3부작을 완성하기도 했다. 복잡한 인종 관계, 경제적 분열의 황폐화, 성욕의 합병증을 묘사했다. 올라프는 1980년대 암스테르담의 유흥 문화 속에서 에이즈 이전의 게이 해방을 기록하기 시작한 후 40년 동안 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전해왔다.

그는 보그와 루이비통 등은 물론 세계적인 미술관까지 수많은 브랜드, 권위 있는 기관과 협업했다. 2017년에는 네덜란드 왕실의 공식 초상화가로 활동했다. 2013년에는 빌럼-알렉산더 왕의 초상을 담은 유로화 동전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네덜란드의 권위 있는 요하네스 베르메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올라프는 전 세계 격리와 단절이 계속되는 시간을 묘사한 '만우절(April fool)' 연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모든 일이 만우절 거짓말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는 작가는 자화상을 통해 세계인이 공통으로 고통 받았던 시간을 강렬하게 담아냈다.
‘2020년 만우절’ 연작. 코로나19로 텅 빈 마트 풍경을 담았다. 공근혜갤러리 제공
‘2020년 만우절’ 연작. 코로나19로 텅 빈 마트 풍경을 담았다. 공근혜갤러리 제공
하얀 위생 장갑을 낀 작가가 텅 빈 주차장에서 카트를 끌고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가는 장면, 사재기로 텅 비어버린 진열대 앞에서 절망과 공포를 느끼는 장면, 계산대에 혼자 앉아있는 직원이 투명 아크릴 차단막 뒤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사진 속 모든 인물은 작가 자신으로 만우절 거짓말에 속아 바보가 된 광대 분장을 하고 있다. 선천성 폐 질환이 있는 올라프는 내면의 공포를 사진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스튜디오를 벗어나 인간과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들을 찾아가 작업한 '숲속에서'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대자연 앞에 오만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 작품들로 경종을 울린다. 상업사진 영역에서 활동했던 그는 초상 작품에서 뚜렷한 개성을 드러낸다. 극사실주의 회화와 같은 연출과 색감으로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었다.

파리 퐁피두 미술관, 스페인 빌바오 미술관, 이탈리아 볼로냐 현대 미술관, 모스크바 현대미술관, 네덜란드 헤이그 시립 미술관, 암스테르담 라익스 국립 미술관, 독일 뮌헨 미술관, 덴마크 코펜하겐 국립 도서관, 한국 수원시립미술관, 대만 국립현대 미술관 등 전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의 개인전을 이어왔다.

현재 그의 작품은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스테델릭 국립 현대 미술관, 독일 쾰른의 루드빅 미술관, 뮌헨 미술관, 미국 조지 이스트만 하우스, 상하이 사진 미술관, 엘튼 존 컬렉션, 그리고 한국의 대구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등 70여개가 넘는 전세계 공공기관에 작품이 영구 소장되어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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