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새로운 지하철 노선도를 제작해 공개했다. 지하철 노선도는 시대에 따라 서체와 디자인이 조금씩 개선됐지만, 완전히 개편하는 것은 40년 만이다. 그러나 시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일 송파구민 도권환 씨(61)는 '서울시 新지하철 노선도 오기 및 제안'이란 제목의 글을 시민참여 플랫폼 '서울 상상대로'에 올렸다. 도 씨는 "5호선 개롱역이 '개룡'역으로 표기됐다"며 "이대로 노선도를 출력하면 향후 비용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개롱'역을 '개룡'역으로 오기.  /사진=서울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개롱'역을 '개룡'역으로 오기. /사진=서울시
개롱역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지하철 5호선의 전철역 중 하나다. 획 하나 차이지만 '개롱'과 '개룡'은 엄연히 다른 이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창구를 통해 민원을 받고 있어 아직 검토를 못 했다"며 "필요시 최종 디자인을 발표하는 12월 초 전까지 오탈자를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호선별로 색을 구분해 신호등처럼 나열하기로 한 환승역 표기도 아직은 덜 다듬어진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 씨는 "환승역을 수직, 수평, 대각선으로 병기하고 있는데 헷갈린다"며 "가로나 세로로만 표현하는 게 눈에 훨씬 더 잘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노선도(8선형 디자인)는 수평·수직·45도 대각선만 허용하는 게 특징이지만 2호선을 예외적으로 원형으로 표현한 데 대한 아쉬움도 시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시민 전문가들은 지하철 2호선을 유일하게 원형으로 표현하자 역 간 여백이 다소 커졌다고 지적한다.  /사진=서울시
시민 전문가들은 지하철 2호선을 유일하게 원형으로 표현하자 역 간 여백이 다소 커졌다고 지적한다. /사진=서울시
지난 18일 진행된 '서울시 지하철 노선도 공청회'에서 김상학 남서울대학교 광고디자인학 교수는 "2호선이 너무 이질적인 상황에서 굵기조차 굵으니까 2호선이 너무 튄다"고 조언했다.

공청회는 같은 날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유튜브에서도 방송됐는데, 실시간 댓글창에는 비슷한 의견이 여럿 제시됐다. 네티즌 A는 "(2호선) 원형 때문에 디자인이 어색해졌다"며 "특히 교대, 강남, 선릉 사이에 있는 공간 여백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공간 감각을 오히려 해친다는 것이다.

출근 시간이 빠듯한 직장인들은 급행열차를 주로 이용하는데 '급행 정차'역이 이번 노선도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네티즌 B는 "급행 정차역들에 급행 표시가 없어서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기존 노선도  (오른쪽)국제표준인 8선형을 적용한 신규 노선도. / 사진=서울시
(왼쪽)기존 노선도 (오른쪽)국제표준인 8선형을 적용한 신규 노선도. / 사진=서울시
반면 일부 시민들은 새 노선도가 더 좋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신현호 경제칼럼니스트는 "과거 노선도는 처음에 눈이 가는 곳이 없고 한참을 들여다봐야 하는 반면 이번 것은 2호선이 포칼 포인트(라인) 역할을 한다"며 "2호선이 아닌 역조차도 그전 것에 비해서 오히려 찾기 쉽다"고 했다. 서울시는 각계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한 개선안을 연말에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