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비아 5일시장 점포 130칸 중 10칸 피해 입어
'추석 대목인데'…화마에 고개 떨군 전통시장 상인
추석 대목을 맞아 21일 열린 광주 광산구 비아 5일시장 채소 골목.
대파와 양파 향 틈에 숨은 메케한 탄내가 분주하게 오가는 손님들 발길을 따라 퍼지고 있었다.

북적이는 시장 속에서 외딴 무인도처럼 노란색 통제선이 둘러쳐진 숯검정이 점포에는 그을음 묻은 과일과 저울 등이 잡동사니처럼 나뒹굴었다.

불이 꺼진 점포 안에서는 쓸만한 물건을 하나라도 건져내려는 상인들이 허리를 펼 새 없이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비아 5일시장에서는 전날 오후 7시쯤 화재가 발생했다.

전체 점포 130칸 가운데 10칸이 피해를 봤는데, 4칸은 완전히 불에 탔고 나머지 6칸은 일부 소실되거나 그을음이 묻었다.

'추석 대목인데'…화마에 고개 떨군 전통시장 상인
불에 탄 점포 4칸 중 2칸에서는 80대 할아버지와 70대 할머니 부부가 과일과 채소를 팔았다.

다른 1칸에는 외국인 상인이 운영하는 식료품 판매점이 있었고, 나머지 1칸은 비어 있었다.

불이 나기 전 노부부의 점포에는 도매시장에서 사 온 과일과 채소가 가득 쌓여 있었다.

비가 내려 후텁지근한 날씨에 과일과 채소가 시들지 않을까 걱정한 노부부는 선풍기를 켜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소방 당국은 과열된 선풍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노부부의 40대 아들 A씨는 나이 든 부모를 대신해 이날 오전 시장 골목에 어지럽게 흩어진 잔해를 청소했다.

죄인이라도 된 듯 오전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는 A씨가 마음에 쓰였는지, 골목 맞은편에서 채소를 팔던 상인 한 명이 일손을 멈추고 다가와 인사말을 건넸다.

'추석 대목인데'…화마에 고개 떨군 전통시장 상인
A씨는 "장사하셔야죠,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라며 양팔을 크게 내저었다.

다른 일을 하면서 가끔 부모의 점포 운영을 도왔다는 그는 "걱정한다고 해서 이미 나버린 불을 어떻게 하겠느냐"라며 "추석 대목에 부디 다른 상인들 장사만이라도 평소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전날 화재로 인해 1천965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