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머크 다름슈타트 혁신 센터 전경. 독일 머크 제공
독일 머크 다름슈타트 혁신 센터 전경. 독일 머크 제공
독일 머크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사 2곳과 협력계약을 추가하며 항암제 등 분야의 신규 후보물질(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섰다.

머크는 영국에 본사를 둔 두 AI 기반 신약개발사 익사이엔시아 및 베네볼런트AI와 신규 표적 개발을 위한 협력계약을 맺었다고 20일(미국 시간)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양사를 합쳐 12억8800만 달러(약 1조7270억원)다.

세부적으로 보면 익사이엔시아는 2000만 달러 선급금을 받으며, 이후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6억74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베네볼런트AI는 최대 5억9400만 달러 규모 공동협력개발 계약이라고만 액수를 공개했다.

머크는 AI 신약개발사와 함께 종양학과 신경학, 면역학 분야 신약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동개발 소식에 익사이엔시아의 주가는 20% 급등하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했다.

익사이엔시아와 베네볼런트AI 양사의 공통점은 AI로 신약을 발굴한 뒤 표적 단백질에 약물이 정확히 결합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검증 기능까지 갖췄다는 점이다. AI에 기반한 신약개발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 초기 신약개발사들은 약물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뒀지만 근래에는 발굴한 후보물질이 AI가 예상한 대로 표적 단백질과 결합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업들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머크와의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익사이엔시아는 그중 대표적인 회사이며, 이 분야 선두주자는 지난 7월 엔비디아로부터 5000만 달러 규모 투자를 받은 리커션이다. 리커션은 2021년 로슈와 자회사 제넨텍 등과 40개 프로그램을 공동개발하는 목적으로 120억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리커션의 시가총액은 20일 종가 기준 17억2100달러(2조3070억원)다.

국내 신약기업 중에선 온코빅스와 노보렉스가 AI로 발굴한 후보물질을 물리·화학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는 “과거엔 AI 기반 신약개발사가 AI를 통해 후보물질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어 주목 받았지만 다국적 제약사 대부분이 AI 신약개발을 내재화한 현 시점엔 상황이 달라졌다”며 “다국적 제약사의 미충족 수요를 충족하는 후보물질을 빠르게 발굴할뿐 아니라 검증도 할 수 있는 업체와의 공동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21일 15시 52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