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안내견 학교가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주도로 1993년 설립됐다. 단일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 학교다. 지금껏 280마리의 안내견을 무상으로 분양했고, 현재 76마리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1994년 국내 1호 안내견 ‘바다’ 전까지 안내견에 대한 인식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삼성이 처음 개를 기른다고 했을 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안내견 한 마리를 온전히 관리하는 데 약 10년의 세월과 1억원이 드는데 “왜 굳이 그 비용을 들이냐”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안내하는 도우미견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안내견의 대부분은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크기가 적당하면서도 사람에게 호의적이어서 마약 탐지견, 재난 구조견 등으로도 활약하는 견종이다. 모든 안내견은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한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다. 알아보기 쉽도록 노란색 조끼 위에 시각장애인이 의지할 수 있는 하네스를 착용한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안내견을 마주치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먼저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평등하게 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안내견의 출입을 막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지켜야 할 에티켓도 있다. 기특하고 예뻐보이더라도 과도한 친절은 자제해야 한다. 안내견에게 먹을 것을 주면 식탐으로 인해 파트너를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안내견을 부르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도 안내견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일상에서의 작은 관심은 안내견과 시각장애인 파트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음향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선 신호가 바뀌는 것을 알려주는 게 좋다. 버스정류장에서 다음 정차하는 버스 번호를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