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국가가 무슨 안내견학교냐"…비난하던 외국, 이젠 배우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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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장 박태진
설립 당시 교육법 배우기 위해
미국·유럽 갔지만 번번이 퇴짜
30년 지난 지금은 인식 바뀌어
일본 등 '클리커 훈련' 익혀 가
안내견 보고 '아이고 불쌍해라'
사람 위해 희생한다는 건 편견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장 박태진
설립 당시 교육법 배우기 위해
미국·유럽 갔지만 번번이 퇴짜
30년 지난 지금은 인식 바뀌어
일본 등 '클리커 훈련' 익혀 가
안내견 보고 '아이고 불쌍해라'
사람 위해 희생한다는 건 편견
“오늘의 안내견학교가 있기까지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강아지를 키워주고 은퇴견을 돌봐주는 자원봉사자들. 법과 제도를 지원해주는 정부와 지자체. 이 사업을 이용해주는 시각장애인 파트너분들…. 무엇보다 안내견들한테 감사합니다.”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지난 30년간 안내견학교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1년 수의사로 안내견학교에 들어온 뒤 안내견 훈련사 및 지도사로 활동했다. 교장으로 부임한 지는 5년이 됐다.
안내견학교가 처음 들어섰을 때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 사례를 참고해야 했는데, 해외 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박 교장은 “영국과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안내견학교를 벤치마킹하려고 해도 ‘개를 먹는 나라’라는 인식으로 인해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회상했다. 1995년 뉴질랜드의 안내견학교에서 연수를 시작하며 물꼬가 트였다. 현지에 훈련사 두 명이 파견돼 3년 동안 훈련 체계를 배워 왔다. 그렇게 처음으로 자체 양성해낸 1호 안내견 ‘바다’와 파트너 양현봉 씨가 맺어졌다.
이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박 교장은 “양현봉 씨도 3년 반 정도 안내견과 생활하다가 중도에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택시나 지하철 등 교통수단부터 숙박시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안내견 동반 출입이 거부당한 탓이다. “시각장애인 파트너분들이 안내견 인식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죠. 초창기에 이분들이 겪은 고초는 말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2000년대 들어 법과 제도가 바뀌고, 미디어에 안내견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9년 장애인복지법에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택시나 버스·식당·호텔 등 공공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도입됐다. 2012년에는 훈련사와 퍼피워킹 자원봉사자로까지 해당 조항이 확대됐다. TV 프로그램 ‘동물농장’,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 등 안내견을 다룬 프로그램이 방영된 것도 한몫했다. 지금은 퍼피워킹 봉사활동을 하거나 시각장애인 파트너로서 안내견을 받아보려면 18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박 교장은 “일반 시민 사이에서 안내견 프로그램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게 안내견학교의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외국의 냉랭한 시선도 달라졌다. 이제는 안내견학교의 훈련법을 배우기 위해 해외에서도 한국을 찾을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딸깍’ 소리가 나는 기구를 활용해 훈련사의 언어를 개의 언어로 바꾸는 ‘클리커 훈련법’이다. 박 교장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2006년 도입한 클리커 훈련법을 배우기 위해 일본과 대만, 홍콩 등의 기관에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현재 안내견과 관련된 문제로는 “사회 일부가 안내견에 대해 갖는 불쌍한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안내견을 두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 단정하거나, 본능을 억제당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는 편견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내견이 희생한다는 생각은 사람 중심의 사고라고 생각해요. 안내견한테 보행은 산책이자 놀이죠. 다른 반려견처럼 일상을 공유하는 동반자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내견학교에서 운용 중인 안내견 76마리가 국내 시각장애인 수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1급 시각장애인 대비 안내견 비율(0.7%)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에는 250마리 정도가 필요하다. 박 교장은 “현재 매년 12~15마리를 배출하고 있는데, 양질의 교육 환경을 마련해 합격률을 높이고자 최근 견사 한 개 동을 확충했다”고 했다.
안내견학교의 향후 30년 모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로봇 안내견’이 시각장애인 파트너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관련 노하우를 연구기관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을 미래의 안내견학교를 그리고 있습니다.”
용인=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지난 30년간 안내견학교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1년 수의사로 안내견학교에 들어온 뒤 안내견 훈련사 및 지도사로 활동했다. 교장으로 부임한 지는 5년이 됐다.
안내견학교가 처음 들어섰을 때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 사례를 참고해야 했는데, 해외 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박 교장은 “영국과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안내견학교를 벤치마킹하려고 해도 ‘개를 먹는 나라’라는 인식으로 인해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회상했다. 1995년 뉴질랜드의 안내견학교에서 연수를 시작하며 물꼬가 트였다. 현지에 훈련사 두 명이 파견돼 3년 동안 훈련 체계를 배워 왔다. 그렇게 처음으로 자체 양성해낸 1호 안내견 ‘바다’와 파트너 양현봉 씨가 맺어졌다.
이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박 교장은 “양현봉 씨도 3년 반 정도 안내견과 생활하다가 중도에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택시나 지하철 등 교통수단부터 숙박시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안내견 동반 출입이 거부당한 탓이다. “시각장애인 파트너분들이 안내견 인식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죠. 초창기에 이분들이 겪은 고초는 말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2000년대 들어 법과 제도가 바뀌고, 미디어에 안내견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9년 장애인복지법에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택시나 버스·식당·호텔 등 공공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도입됐다. 2012년에는 훈련사와 퍼피워킹 자원봉사자로까지 해당 조항이 확대됐다. TV 프로그램 ‘동물농장’,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 등 안내견을 다룬 프로그램이 방영된 것도 한몫했다. 지금은 퍼피워킹 봉사활동을 하거나 시각장애인 파트너로서 안내견을 받아보려면 18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박 교장은 “일반 시민 사이에서 안내견 프로그램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게 안내견학교의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외국의 냉랭한 시선도 달라졌다. 이제는 안내견학교의 훈련법을 배우기 위해 해외에서도 한국을 찾을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딸깍’ 소리가 나는 기구를 활용해 훈련사의 언어를 개의 언어로 바꾸는 ‘클리커 훈련법’이다. 박 교장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2006년 도입한 클리커 훈련법을 배우기 위해 일본과 대만, 홍콩 등의 기관에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현재 안내견과 관련된 문제로는 “사회 일부가 안내견에 대해 갖는 불쌍한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안내견을 두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 단정하거나, 본능을 억제당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는 편견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내견이 희생한다는 생각은 사람 중심의 사고라고 생각해요. 안내견한테 보행은 산책이자 놀이죠. 다른 반려견처럼 일상을 공유하는 동반자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내견학교에서 운용 중인 안내견 76마리가 국내 시각장애인 수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1급 시각장애인 대비 안내견 비율(0.7%)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에는 250마리 정도가 필요하다. 박 교장은 “현재 매년 12~15마리를 배출하고 있는데, 양질의 교육 환경을 마련해 합격률을 높이고자 최근 견사 한 개 동을 확충했다”고 했다.
안내견학교의 향후 30년 모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로봇 안내견’이 시각장애인 파트너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관련 노하우를 연구기관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을 미래의 안내견학교를 그리고 있습니다.”
용인=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