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미리 합의한 공동정책이면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뒤집을 수 없는 ‘구속력 있는 공공협약’ 제도가 마련된다. 복수 지자체가 함께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은 정부가 ‘공동협력 특별교부세(교부금)’를 지급하는 등 지자체 간 협력을 유도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4 지방재정운용방향’을 21일 밝혔다. 기피시설 이전과 문화·체육시설 유치 등 복수 지자체가 협력해야 할 일이 늘고 있지만 지역 이기주의에 가로막히거나 단체장 교체로 기존 협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 사례는 서울시의 도봉면허시험장 이전이다. 서울시는 2021년 시험장을 옮기기로 경기 의정부시와 협약을 맺었는데 지난해 지방선거 후 의정부시가 파기했다. 구속력 있는 공공협약 제도를 마련하면 이 같은 사태를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행안부는 두 개 이상 지자체가 공동·협력사업을 추진할 땐 특별교부세로 사업비를 지원하고 중앙투자심사 기준도 완화해줄 예정이다. 광역시·도는 300억원 이상, 시·군·구는 200억원 이상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을 벌이려면 행안부 산하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공동사업에는 이 기준을 대폭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폐기물 처리장 등 기피 시설을 유치하는 지자체엔 교부세를 추가로 지원한다.

지자체가 예산을 쓸 때 재량권도 강화할 계획이다. 연도별로 다른 세수를 평탄화하기 위해 마련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사용 한도(현행 60%)를 없애고, 지방채 발행 시 용도 제한도 장기적으로 폐지할 방침이다.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지방세를 깎아주는 ‘조세감면’도 폭넓게 허용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국민 안전 등 필수적인 기능에 공백이 없도록 여섯 개 ‘우선 사업’(지방하천 정비, 소하천 정비, 교통환경 개선, 위험도로 구조 개선, 상수도시설 확충, 범죄 예방)을 정했다. 사업 추진이 미흡한 지자체의 보조금을 떼 우수 지자체로 돌릴 예정이다.

김대훈/이상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