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결국 가결됐다.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149표로, 지난 2월 때보다 찬성이 10표 더 나왔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리하지 않은 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민주당 의원 29명 가량이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이 대표가 지난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거대 야당의 리더십을 잡으면서 시작된 ‘방탄 정국’이 1년1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치명타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민주당은 친명과 비명계 간 내분이 심화할 전망이다.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시작된 이 대표의 ‘방탄 단식’으로 동정론이 확산하면서 당초 부결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극성 지지층이 “끝까지 추적해 정치생명을 끊어 놓겠다”며 의원들을 협박하고, 부결에 투표하겠다는 의원 명단을 공개하며 압박한 것이 역효과를 낸 셈이다. 이 대표가 막판에 부결 압박 메시지를 발신한 것도 부결로 기울었던 의원들이 가결로 선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과정 모두 한국 정치사의 어두운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가려진다. 체포동의안은 이 대표의 토착 비리, 불법 대북 송금 등 혐의에 대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 판단에 따라 요청한 사법 절차의 시작이었다. 이 대표 말대로 검찰이 증거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 의원들에게 가결 투표를 요청하고 당당하게 법원에서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하면 됐을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불과 석 달 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헌신짝처럼 걷어찼다. 더구나 표결 하루 전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부결을 압박했다. 말을 바꾼 데 대한 변명이나 사과는 일언반구 없었다.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만큼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구속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검찰도 철저한 수사로 진실 규명과 기소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을 표결한 날에도 의석수를 앞세운 ‘힘 자랑’을 이어가는 행태를 지속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해임건의안 통과부터 그렇다. 민주당은 비리 혐의를 받는 당 대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검찰과 법원에 맡기고 상식의 정치로 복귀해야 한다. 그동안 방탄을 위해 입법 폭주를 반복하며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간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