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물가 잡힐 때까지 긴축" 추가 금리인상 시사
미국 중앙은행(Fed)이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연내 1회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은 여전히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미국 경제는 강한데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보고 오랜 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Fed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뚜렷해지자 미국 단기 채권 금리가 1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시장은 요동쳤다.

Fed는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고금리 시대를 오래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하면서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19명의 FOMC 위원 중 12명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동조했다.

내년 말 금리 예상치는 석 달 만에 연 4.6%에서 연 5.1%로 올렸다. ‘내년에 기준금리를 네 번 정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 ‘두 번 정도 인하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미국 경제 전망은 긍정적으로 바꿨다. 지난 6월 FOMC 때만 해도 Fe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0%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2.1%로 올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1%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예상은 엇갈렸다. 근원 인플레는 완화되지만 유가 급등으로 인해 전체 인플레 둔화 속도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전망치는 석 달 만에 3.9%에서 3.7%로 내렸지만 같은 기간 전체 PCE 상승률 전망치는 3.2%에서 3.3%로 높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사진)은 FOMC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 수준으로 안정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져 우리가 좀 더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연 2.5%인 중립금리도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Fed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자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기준금리 동향을 반영하는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연 5.19%까지 올라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경기 침체 여부를 반영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연 4.41%까지 상승했다.

영국 중앙은행도 2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 추세인 점을 감안했다는 평가다. 영국 기준금리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14회 연속 인상돼 현재 연 5.25%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인엽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