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여야 의원 295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49표로 가결됐다.   /김병언 기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여야 의원 295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49표로 가결됐다. /김병언 기자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자칫 ‘방탄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는 당내 위기감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는데 말을 바꿔 당에 부결을 요구하고,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건 어떤 이유에서도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장기 단식과 부결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만 이탈표가 30표 넘게 나오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 타격은 물론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가결표 색출’이 본격화하면 당내 분열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재명 단식·부결 호소 되레 역효과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무기명 표결에는 재적 의원 298명 중 병상 단식 중인 이 대표와 수감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 해외 출장을 간 박진 외교부 장관 등 3명을 제외한 295명이 참여했다. 이 중 149명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가결에 필요한 148표를 한 표 차로 넘겼다. 국민의힘(110명)과 정의당(6명), 범여권(4명)의 찬성 예상표 120표보다는 29표 많았다. 기권·무효 10표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민주당에서 39표의 이탈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비이재명(비명)계뿐만 아니라 비주류 의원 일부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충격에 빠졌다. 22일째 단식 중인 이 대표가 표결 전날 1989자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부결표를 던질 것을 직접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 등 당 지도부도 의원총회에서 ‘부결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의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상 ‘당론 부결’을 주문한 것이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부결을 호소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박광온 원내대표를 만나 “당 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알고 있으나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다”는 뜻을 전했다. 당직 배분, 총선 공천 등 당 운영에서 비명계 몫을 신경 쓰겠다는 의미였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총선 패배 위기감에 이탈

이 대표와 지도부의 설득에도 이탈표가 대거 발생하며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건 그만큼 ‘사법리스크’에 대한 당내 우려가 크다는 걸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위한 ‘방탄 국회’를 이어가면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명계 한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이번에도 부결되면 우리 당은 정말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며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을 비롯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명분이 사라진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당당하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을 받아내면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 대표 스스로 혐의가 없다는 걸 법원에서 입증하고,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는 게 당이나 이 대표 본인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다. 비명계의 다른 의원은 “이번 표결에서 가결과 부결 결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며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소명해 기각을 받아내면 된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