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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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분은 안 오셨나 보네요?”
“예,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기셔서 못 오셨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보고 드리고 저희도 부장님 모시고 오겠습니다.”
어느 전자부품 제조기업의 회의현장에서 오고 간 말입니다. 방문자 측에서 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측에서도 임원이 아닌 부장급이 참석을 하게 된 것이었는데, 회의의 격을 맞춘다는 의미였지만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고 회의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 5월, 한 취업플랫폼에서 MZ세대 직장인 1,114명을 대상으로 '회사생활 목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8%가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임원 승진을 바라지 않는 이유로는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러워서'가 43.6%로 가장 비율이높았고, 그 외에는 '임원 승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20%),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13.3%), '임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11.1%)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습니다.

필자가 속해 있는 5060세대에도 ‘짧고 굵게 보다, 길고 가늘게 가자’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임원 승진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얘기한 사람들의 미래는 생각보다 그다지 밝지 않았습니다. 임원보다는 평사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하기를 희망했었지만, 후배들의 추월과 이로 인한 괄시 등을 이겨내야 했고, 급기야 직원들의 무시를 이겨내지 못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를 옮기는 것을 봐 왔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임원이 아니었기에 다른 곳으로 옮길 때에도 좋은 대우를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임원 승진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설문조사 결과처럼 ‘임원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럽다’면 지금부터라도 그것을 감당할 수 있도록 조금씩 그 책임과 역량을 키워 나가길 권합니다. 직장생활동안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을 만년으로 다닐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구조를 가진 회사가 거의 없고, 회사측 입장에서는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을 계속 데리고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어진 위치에서 어느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걸 맞는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만년 대리, 과장이거나 다른 직장을 전전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생활에서 본인을 중심으로 놓고 보더라도 상사와 선배 그리고 후배가 있는데, 막상 후배들이 앞서 나가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처음에 예를 든 회의현장의 경우, 상대방 회사의 부장들끼리 회의를 마치면 임원들에게 보고를 하고, 임원이 다시 본부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를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에는 절차와 시간상의 어려움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비임원들은 책임과 역량 부분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권한자에게 의견을 구하고 이를 다시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도 겪어야 합니다. 임원이 아니기에 이런 상황을 퇴직할 때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즐거워야 할 직장생활을 희망으로 채워 나가기는 어렵습니다.

‘만년 과장’, ‘만년 차장’, ‘만년 부장’이 되고 싶지 않다면 책임에 대한 무게를 조금씩 느껴가며 역량을 쌓아 가길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현실적으로 임원 승진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점들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둘째, 현재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부를 미래를 위해 저축하시기 바랍니다.
‘현재’의 워라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본인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몸 바쳐 일하겠다’는 기성세대들의 자세와 달리 최근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내 삶이 더 중요하다’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과 일에 매달리기보다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꾀하는 워라밸만 지키면서 미래를 좋게 가져 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본인의 성장을 위해 워라밸의 일정부분은 미래를 대비하여 저축을 한다 생각하고 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소비하지 않은 워라밸은 은행 이자로 친다면 나중에 복리이자 또는 그 이상의 이자가 되어 미래의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워라밸을 저축하지 않은 사람들은 현재의 달콤함으로 얻은 워라밸로 인해 나중에 마이너스 이자를 감당해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업무에 주도적으로 임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어 내면 낼수록 조직에서의 성장 기회는 빨리 찾아옵니다. 최근 기업들이 수평적 조직문화와 성과주의 정착을 취지로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서열 지었던 직급을 폐지하고 ‘님’이나 매니저, 프로(PRO), 책임, 수석 또는 PL(Project Leader) 등의 신(新)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연공서열 보다는 능력 위주의 조직운영을 통해 우수 인재를 발탁하고 성과에 따라 차별화된 보상을 적용하려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연공서열에 길들여져 있는 기존 4050세대보다 MZ세대에게 훨씬 기회가 많이 주어질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넷째, 임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사람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보라는 것입니다. 그 분들이 왜 그렇게도 임원이 되고 싶어했는지를 들어보면, 지금 임원 승진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얘기가 얼마나 부질없고 안타까운 일인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직과 관련해 컨설팅을 하다 보면, “현재 팀장으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부장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서 거래처 관리나 대외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얘기하면서 “이직 시 직급을 임원으로 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대기업에서는 임원을 영입할 때, “기존 직급이 부장인 사람들보다는 임원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아 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임원으로서 조직을 운영하고 사업관리를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기에 임원이 되기를 바랬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그 간절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장은 워라밸의 삶이 ‘달콤한 꿀’이 될 수는 있으나 그것 만으로 승부하기에는 100세 시대의 인생이 너무 깁니다. 그렇기에 책임과 역량을 조금씩 키워가며 워라밸의 일부를 저축하고, 임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분들의 얘기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업무에 주도적으로 임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여러분이 감당하기 어려워했던 것들도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하겠습니다.

박선규 마이더스HR 대표
"임원 승진,생각 없다"는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