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 후배들 향해 "자기 자신 믿길…무조건 할 수 있다"
지난 7월 대회 준결승전에서 바레인에 발목 잡혔던 쓰라린 경험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기 위해서다.
이후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 5위까지 밀렸던 터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만큼은 한국 배구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정지석의 간절함이 잘 드러난다.
정지석은 21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C조 예선 2차전에서 캄보디아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이끌었다.
전날 허리 통증으로 벤치를 지켰던 정지석은 이날도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이를 악물고 양 팀 최다 득점(11점)을 올렸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정지석은 "AVC 챌린지컵과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너무 분하다"며 "동메달을 볼 때마다 반성하기 위해 (선수촌에 메달을) 가져와서 현관문에 걸어놨다"고 말했다.
정지석은 "소속팀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다.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고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라면서 "너무 간절한데 혼자 그냥 목소리밖에 낼 수 없다는 게 답답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부상 투혼의 원동력을 묻자 "국가대표니까요"라고 즉답했다.
정지석은 "오늘 아침에 약을 먹었는데도 3세트부터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파이크를 하기 위해 허리를 젖힐 때 조금 통증이 있더라"면서도 "좋은 세터들이 저를 믿고 잘 올려줘서 무리 없이 경기를 마쳤다"고 공을 돌렸다.
대표팀은 전날 패배로 조 1위를 놓쳐 대진운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선수들의 목표 의식에는 변함이 없다.
정지석은 "캄보디아를 이기면 (대진표 확률상) 파키스탄, 카타르, 이란을 이겨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선수들끼리 '오히려 좋다.
어차피 금메달 따려면 이겨야 하는 상대들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선수는 "오늘 첫 세트가 힘들었는데 선수들이 좀 더 자기 자신을 믿는다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것"이라며 "순간의 작은 차이가 득점과 실수를 가르기 때문에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경기를 마친 뒤 후배들에게 "힘든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지금 왔을 뿐이다.
우리는 무조건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서로 믿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