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에서 와인잔을 들자 '시네마 천국' 주제곡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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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지중배의 삶의 마리아주-맛있는 음악 : 시칠리아 기행(3)
시칠리아 여행에 어울리게 렌트한 귀여운 피아트 500을 몰고 어느 항구도시로 들어섰다. 역사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방금 도착한 고(古)도시 '시라쿠사'가 시칠리아 여정에 매우 기대되는 도시였다.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지중해권 도시중 어느 곳도 시라쿠사만큼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도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호텔에서 체크인하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시라쿠사가 나에게 주는 기대는 다양한 시대의 고건축과 미술 그리고 독특한 시라쿠사 음식문화가 주는 '흥분' 정도였다. 후에 대성당이 있는 두오모 광장을 들어선 이후의 시라쿠사는 나에게 흥분보다 ‘아련함’이란 감정을 남겨준 도시가 됐지만.
시라쿠사는 그 이름이 생소하지만 매우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지중해를 향해 있는 항구 도시답게 그 이름은 역사 이야기에 자주 등장했던 이름이고 또한 성경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코린토인이 건설한 도시, 사도 바울이 머문 도시로 기억된다.
운전의 피로를 풀기 위해 아르키메데스 광장에 앉아 시칠리아의 카놀리와 카페(에스프레소)를 잠시 즐기다 생각해보니 그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도 시라쿠사 출신이다. 쌉싸름하며 진한 고소한 맛이 도는 에스프레소를 훌훌 털어 넣고 본격적으로 구 도심가로 향했다.
'어떤 건축물들을 만날까' '시라쿠사 음식은 얼마나 맛나고 독특할까'란 기대로 구도심의 첫 관문인 두오모 광장으로 향했다. 유화같이 진한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하얀 대리석들로 이루어진, 대성당이 서 있는 넓은 두오모 광장에 들어선 나는 그 아름다운 광장의 모습보다, 아름답고도 씁쓸했던 한 영화의 장면들이 그려졌다.
[향수]
좁은 골목을 지나 사전에 아무정보 없이 마주친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베이지색으로 빛나는 대리석의 넓은 광장을 보는순간 ’아!‘하며 순간 멈칫했다. 온갖 욕망과 시기의 눈빛을 한 군중들 사이로 말레나로 분한 모니카 벨루치가 자신만의 아우라를 내뿜으며 유유히 걸어가던 광장, 그녀가 핍박받던 광장,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연출한 영화, ‘말레나’의 주요 무대인 그 광장이었다.
시칠리아의 한 작은 마을 출신의 토르나토레 감독의 연출은 국적과 문화의 차이를 떠나 사람들에게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법을 보여준다. 몇년전 신원호 PD가 연출한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가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속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꺼내고 싶은 기억들은 떨어지는 나뭇잎에도 친구들과 웃었던 시간, 첫사랑의 아련함과 그리움에 눈물을 훔치는 시간, 뭐든 할 수 있었고 성인이 된 그 순간을 즐겼던 20대 초반의 시간들이지 않을까.
토르나토레 감독의 연출들은 이런 향수의 감정들을 관객과 함께한다. 감독의 서사적인 연출도 연출이지만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은은한 힘은 토르나토레 감독의 음악 파트너인 엔니오 모리코네(Enno Morricone)의 시적인 음악의 힘이 크다. 더 나아가 마치 엔니오 모리코네의 노래없는 음악극인지 교향시인지 착각할 정도로 두 사람의 예술세계는 한몸이다.
그 두 예술가들의 운명적 만남은 역시나 시칠리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시네마천국'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세대에게는 아련함 추억을 남겼고 나아가 이 영화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으로 현재까지 음악작품으로 더욱 사랑받고 있다.
몇 해전 엔니오 모리코네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마지막을, 그의 인생을 '엔니오:더 마에스트로'라는 영화로 남겨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추모한 토르나토레 감독. 그의 영화와 모리코네의 음악이 하나였듯이 자신과 하나였던 거장에 대한 추억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게 해주어 고마웠다. 두오모 광장에서 말레나를 마주친 후 오늘의 시라쿠사는 그저 새로운 여행지가 아닌 우리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골목에 켜져있는 운치있는 벽등과 석양의 빛이 시칠리아의 날씨를 품고 있는 와인, 네로 다볼라(Nero d’Avola)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 잔을 부딪히며 우리는 오늘의 여행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어린시절과 연애시절의 추억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네마 천국'의 음악 '사랑의 테마'를 떠올리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추억은 지워지지 않아요” -영화 시네마 천국 중 엘레나의 대사
글 지휘자 지중배
그래서 호텔에서 체크인하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시라쿠사가 나에게 주는 기대는 다양한 시대의 고건축과 미술 그리고 독특한 시라쿠사 음식문화가 주는 '흥분' 정도였다. 후에 대성당이 있는 두오모 광장을 들어선 이후의 시라쿠사는 나에게 흥분보다 ‘아련함’이란 감정을 남겨준 도시가 됐지만.
시라쿠사는 그 이름이 생소하지만 매우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지중해를 향해 있는 항구 도시답게 그 이름은 역사 이야기에 자주 등장했던 이름이고 또한 성경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코린토인이 건설한 도시, 사도 바울이 머문 도시로 기억된다.
운전의 피로를 풀기 위해 아르키메데스 광장에 앉아 시칠리아의 카놀리와 카페(에스프레소)를 잠시 즐기다 생각해보니 그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도 시라쿠사 출신이다. 쌉싸름하며 진한 고소한 맛이 도는 에스프레소를 훌훌 털어 넣고 본격적으로 구 도심가로 향했다.
'어떤 건축물들을 만날까' '시라쿠사 음식은 얼마나 맛나고 독특할까'란 기대로 구도심의 첫 관문인 두오모 광장으로 향했다. 유화같이 진한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하얀 대리석들로 이루어진, 대성당이 서 있는 넓은 두오모 광장에 들어선 나는 그 아름다운 광장의 모습보다, 아름답고도 씁쓸했던 한 영화의 장면들이 그려졌다.
[향수]
좁은 골목을 지나 사전에 아무정보 없이 마주친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베이지색으로 빛나는 대리석의 넓은 광장을 보는순간 ’아!‘하며 순간 멈칫했다. 온갖 욕망과 시기의 눈빛을 한 군중들 사이로 말레나로 분한 모니카 벨루치가 자신만의 아우라를 내뿜으며 유유히 걸어가던 광장, 그녀가 핍박받던 광장,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연출한 영화, ‘말레나’의 주요 무대인 그 광장이었다.
시칠리아의 한 작은 마을 출신의 토르나토레 감독의 연출은 국적과 문화의 차이를 떠나 사람들에게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법을 보여준다. 몇년전 신원호 PD가 연출한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가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속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꺼내고 싶은 기억들은 떨어지는 나뭇잎에도 친구들과 웃었던 시간, 첫사랑의 아련함과 그리움에 눈물을 훔치는 시간, 뭐든 할 수 있었고 성인이 된 그 순간을 즐겼던 20대 초반의 시간들이지 않을까.
토르나토레 감독의 연출들은 이런 향수의 감정들을 관객과 함께한다. 감독의 서사적인 연출도 연출이지만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은은한 힘은 토르나토레 감독의 음악 파트너인 엔니오 모리코네(Enno Morricone)의 시적인 음악의 힘이 크다. 더 나아가 마치 엔니오 모리코네의 노래없는 음악극인지 교향시인지 착각할 정도로 두 사람의 예술세계는 한몸이다.
그 두 예술가들의 운명적 만남은 역시나 시칠리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시네마천국'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세대에게는 아련함 추억을 남겼고 나아가 이 영화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으로 현재까지 음악작품으로 더욱 사랑받고 있다.
몇 해전 엔니오 모리코네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마지막을, 그의 인생을 '엔니오:더 마에스트로'라는 영화로 남겨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추모한 토르나토레 감독. 그의 영화와 모리코네의 음악이 하나였듯이 자신과 하나였던 거장에 대한 추억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게 해주어 고마웠다. 두오모 광장에서 말레나를 마주친 후 오늘의 시라쿠사는 그저 새로운 여행지가 아닌 우리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골목에 켜져있는 운치있는 벽등과 석양의 빛이 시칠리아의 날씨를 품고 있는 와인, 네로 다볼라(Nero d’Avola)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 잔을 부딪히며 우리는 오늘의 여행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어린시절과 연애시절의 추억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네마 천국'의 음악 '사랑의 테마'를 떠올리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추억은 지워지지 않아요” -영화 시네마 천국 중 엘레나의 대사
글 지휘자 지중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