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배우 한유림 역…"커리어 터닝포인트 될 것"
'거미집' 정수정 "대사 한 줄이라 해도 나오고 싶던 영화"
오는 27일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은 배우 정수정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거미집'이라는 이름의 영화를 재촬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1970년대 인기배우 한유림을 연기했다.

감독 김열(송강호 분)의 설득에도 드라마 촬영을 가야 한다며 짜증을 부리고, 동료 배우 강호세(오정세)와 비밀리에 연애하기도 한다.

하지만 카메라가 도는 순간 눈빛과 태도가 180도 뒤바뀌는 프로 중의 프로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수정은 "배역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내가 유림을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께서 유림 역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실제 성격은 아닌데, 대중이나 감독님이 보시기에는 제 이미지가 유림이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림이는 사고뭉치고 철없어 보일 수 있지만,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욕심과 열정이 많은 아이죠. 마냥 밉지도 않고 애 같아서 웃기기도 했고요.

이런 매력을 잘 살리려고 했어요.

"
정수정은 한유림 역을 소화하는 동시에 그가 극중극 '거미집'에서의 연기하는 모습도 선보여야 했다.

세트장 바깥에서는 20대 여배우가 됐다가 세트장 안에서는 욕망에 사로잡혀 사장을 꾀는 여공으로 분한다.

그는 극중극에서 1970년대 특유의 또랑또랑한 말투를 사용해야 해 어려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정말 낯설었어요.

감을 전혀 잡지 못했는데 감독님이 시범을 보여주면서 차츰 배워나갔죠. 그 당시 영상이나 클립은 물론이고 윤여정 선생님께서 나오는 '화녀'도 봤어요.

'말투 코치'를 해주는 분이 따로 계셔서 그분이랑 호흡법이나 과장된 액션을 연습했습니다.

"
'거미집' 정수정 "대사 한 줄이라 해도 나오고 싶던 영화"
송강호를 비롯해 임수정, 오정세, 장영남, 전여빈, 박정수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이 함께 나오는 작품인 만큼 정수정은 "민폐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선배님들에 비해 작품 경험이 없는 데다 막내고, 편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걱정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저에 대한 편견은 당연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냥 주어진 것을 해내려고 하는 마음뿐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배우로서) 나아가는 단계고 (경험을) 쌓고 있는 단계잖아요.

편견을 깨부수겠다는 생각을 따로 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고, 혹시나 못하더라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하하."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정수정에게 의욕과 두려움을 동시에 심어줬다.

김 감독은 정수정이 '거미집'에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감독님과 함께하는 작품이잖아요.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한 신, 대사 한 줄을 하게 되더라도 너무 참여하고 싶었죠. 그런데 이렇게 큰 배역을 주셔서 부담도 됐지만 되게 신났어요.

'감독님이 나한테 이런 역할을, 이런 디렉션(지시)을…' 하면서요.

"
'거미집'은 정수정이 처음으로 도전한 상업영화다.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인 그는 2010년부터 주로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 활동했다.

이후 독립 영화 '애비규환'(2017)에서 아이의 친부를 찾아 나선 임산부를 연기하며 스크린으로 보폭을 넓혔다.

그는 '거미집'이 배우 경력의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너무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영화에 출연하게 된 거잖아요.

김지운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의 작품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기회이고요.

덕분에 관객분들이 저를 많이 보게 될 거 같아요.

아마 이 작품이 제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거미집' 정수정 "대사 한 줄이라 해도 나오고 싶던 영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