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임시공휴일은 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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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1개월 연속 감소인데
다음달 2일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 확대 기대한다지만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아
휴일 지정으로 생색내는 정치권
경제적 효과 면밀히 따져봐야
조미현 금융부 기자
다음달 2일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 확대 기대한다지만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아
휴일 지정으로 생색내는 정치권
경제적 효과 면밀히 따져봐야
조미현 금융부 기자
수출입 업무에 정통한 한 공무원은 다음달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루를 쉬면 수출 20억달러가 날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이유에서다. 한국의 한 달 수출 규모가 평균 500억달러 안팎인 걸 감안한 셈법이다. 그는 조업은 유지하되 근로자 개인이 연차를 쓰게끔 유도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정부가 공연히 위기감을 조장한다면 거부감이 들겠지만, 수출이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현실에서 그의 말을 군걱정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의 계속되는 부진 탓에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3% 줄었다. 이런 기조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수출 감소세는 1년째 이어지게 된다. 이달 중순(1~20일)까지 집계한 수출은 9.8% 늘었지만, 이는 조업일수(15.5일)가 지난해 같은 기간(13일)보다 2.5일 더 많았던 덕이다. 임시공휴일에다 한글날 휴일까지 낀 다음달 수출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수출이다. 모처럼 장기 연휴를 즐길 수 있다고 들떴던 마음이 머쓱해진 이유다.
진작에 산업 현장에서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앞두고 찬반이 엇갈렸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수 활성화로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많은 제조 중견기업의 공장 가동률과 조업일수 감소 등에 따른 애로가 예상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도 상반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임시공휴일 1일의 경제 전체 소비 지출액을 약 2조4000억원으로 봤다. 이를 통한 생산 유발액은 4조80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은 1조9000억원, 취업유발 인원은 4만 명으로 추정했다. 반면 경총은 2013년 평일 하루 임시공휴일 지정 시 28조1000억원의 생산 감소와 4조3000억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 등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2020년부터 임시공휴일도 유급으로 보장되고 있다. 추정되는 경제적 손실은 경총의 10년 전 분석보다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기대처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내수가 진작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쉬는 만큼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임시공휴일 하루에 발생하는 1인당 소비 지출액을 8만5830원으로 추산했다. 더구나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수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만큼 소비 확대는 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길어진 연휴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비 효과가 온전히 보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연휴 기간 미국 유럽 일본 베트남 등 주요국의 항공권 예약률은 90%에 가깝다. 여행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도 피할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60억1000만달러 흑자다. 같은 기간 여행수지는 72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개인도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휴식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휴식을 누리는 비용 부담은 평소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각종 서비스에는 일제히 휴일 요금이 적용됐다. 온라인에서는 평일 요금으로 예약한 호텔에서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 추가 요금을 내거나 취소를 요구해 황당하다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부동산 매매와 같은 거액의 자금 거래가 예정돼 있다면 미리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영유아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연휴 중 병원에 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임시공휴일 지정을 마치 혜택이나 선물인 양 인기영합에 이용하는 듯한 정치권 모습은 볼썽사납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 사흘 전 “따뜻한 정을 나누는 민족의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며 임시공휴일 지정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광복절의 대체공휴일(8월 17일)을 지정하면서 “국민에게 귀중한 휴식의 시간을 드리고자 한다”며 시혜성 발언을 곁들였다.
매번 임시공휴일이 국무회의에서 결정되면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것도 문제다.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은 32일 전인 지난달 31일 이뤄졌다. 2020년 광복절의 대체공휴일은 불과 27일 전인 2020년 7월 21일 지정됐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즉흥에 가까운 임시공휴일 지정 방식은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도 면밀히 따져봤으면 한다.
정부가 공연히 위기감을 조장한다면 거부감이 들겠지만, 수출이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현실에서 그의 말을 군걱정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의 계속되는 부진 탓에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3% 줄었다. 이런 기조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수출 감소세는 1년째 이어지게 된다. 이달 중순(1~20일)까지 집계한 수출은 9.8% 늘었지만, 이는 조업일수(15.5일)가 지난해 같은 기간(13일)보다 2.5일 더 많았던 덕이다. 임시공휴일에다 한글날 휴일까지 낀 다음달 수출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수출이다. 모처럼 장기 연휴를 즐길 수 있다고 들떴던 마음이 머쓱해진 이유다.
진작에 산업 현장에서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앞두고 찬반이 엇갈렸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수 활성화로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많은 제조 중견기업의 공장 가동률과 조업일수 감소 등에 따른 애로가 예상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도 상반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임시공휴일 1일의 경제 전체 소비 지출액을 약 2조4000억원으로 봤다. 이를 통한 생산 유발액은 4조80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은 1조9000억원, 취업유발 인원은 4만 명으로 추정했다. 반면 경총은 2013년 평일 하루 임시공휴일 지정 시 28조1000억원의 생산 감소와 4조3000억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 등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2020년부터 임시공휴일도 유급으로 보장되고 있다. 추정되는 경제적 손실은 경총의 10년 전 분석보다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기대처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내수가 진작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쉬는 만큼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임시공휴일 하루에 발생하는 1인당 소비 지출액을 8만5830원으로 추산했다. 더구나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수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만큼 소비 확대는 경제 성장을 지탱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길어진 연휴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비 효과가 온전히 보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연휴 기간 미국 유럽 일본 베트남 등 주요국의 항공권 예약률은 90%에 가깝다. 여행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도 피할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60억1000만달러 흑자다. 같은 기간 여행수지는 72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개인도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휴식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휴식을 누리는 비용 부담은 평소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각종 서비스에는 일제히 휴일 요금이 적용됐다. 온라인에서는 평일 요금으로 예약한 호텔에서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 추가 요금을 내거나 취소를 요구해 황당하다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부동산 매매와 같은 거액의 자금 거래가 예정돼 있다면 미리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영유아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연휴 중 병원에 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임시공휴일 지정을 마치 혜택이나 선물인 양 인기영합에 이용하는 듯한 정치권 모습은 볼썽사납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 사흘 전 “따뜻한 정을 나누는 민족의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며 임시공휴일 지정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광복절의 대체공휴일(8월 17일)을 지정하면서 “국민에게 귀중한 휴식의 시간을 드리고자 한다”며 시혜성 발언을 곁들였다.
매번 임시공휴일이 국무회의에서 결정되면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것도 문제다.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은 32일 전인 지난달 31일 이뤄졌다. 2020년 광복절의 대체공휴일은 불과 27일 전인 2020년 7월 21일 지정됐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즉흥에 가까운 임시공휴일 지정 방식은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도 면밀히 따져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