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멘토가 되어 주시겠어요?
최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퓨처스 클럽 주니어’의 초청으로 국내외 의료기기 회사의 젊은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직장에서 이제 막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대리, 과장급의 30~4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정글짐 같은 일터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고 사다리를 오르도록 도우려면 어떤 조언을 해야 할까.

나는 커리어 관리, 전문성 향상, 워라밸, 멘토링, 네트워킹 등 많은 주제에 대해 과거 글로벌 회사에서의 경험과 생각을 전했다. 그들은 일과 생활에서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구했다.

“회사 내에 멘토링 프로그램이 없어요. 갑자기 멘토를 구하고 싶다고 말하면 ‘이직하고 싶은 건가’ 하고 상사가 오해할 것 같아요.” ‘멘토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니 그들은 공감하면서도 “5~7년 경력의 직원이 회사 내에 공식적인 멘토링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하는 게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젊은 직원들이 기업문화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효과적인 제도인데도 멘토링 프로그램이 없는 회사가 더 많았다.

회사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게 여의치 않다면, 어떻게 비공식으로라도 멘토를 구할 방법이 없을까.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름이 알려진 외부 전문가보다는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아는 내부 임원이나 두어 단계 위 직급의 다른 부서 상사에게 직속 상사를 통해 멘토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일단 멘토-멘티로 매칭이 되면, 소통 방법도 중요하다. 1 대 1 대화는 지나치게 사무적일 필요가 없지만, 심리상담도 아닌데 멘티가 너무 속마음을 드러내면 멘토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멘토의 태도도 중요하다. 베테랑 리더는 재능기부 정도로 멘토링을 간주하지 말았으면 한다. 나의 경우, 멘토링을 통해 젊은 직원들의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함께 소통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승진이 한계에 부닥친 멘티가 중국지사로 커리어를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보람도 컸지만, 더불어 다른 부서 업무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

또 경력 3년 차 호주지사 직원을 멘토링하면서, 어떻게 호주 젊은이들이 용감하게 새 업무에 도전하면서 경력을 개발하는지, 호주 의료기기 산업의 특징과 함께 이해하게 됐다. 3년 새 회사 내 2개 부서를 섭렵한 그는 멘토링 1년이 지났을 때 싱가포르로 이동했다.

멘토링은 신규 직원의 ‘온 보딩’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론 신뢰 구축을 통해 회사 조직을 더 탄탄하게 하는 고도의 경영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의료기기 회사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