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5일간 40개국 이상 정상급 인사들과 만나며 숨가쁜 엑스포 유치 외교전을 펼쳤다. 이 중 9개국과는 수교 후 첫 양자회담이었다. 전방위 외교전을 통해 한국 기업과 국민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세인트키츠네비스, 시에라리온, 북마케도니아, 네팔, 몽골, 기니비사우, 슬로베니아, 아이티 등 9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다. 파라과이 대통령 부부와는 회담을 겸한 오찬을 했다. 전날까지 회담한 28개국을 더하면 모두 38개국 정상과 만난 것이다. 22일 한국으로 출국 직전 3개국(이라크, 세르비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과 더 만나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순방 중에 총 41개국과 회담하게 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카리브공동체(카리콤) 정상과의 만찬에 이어 태평양도서국과의 오찬 등 다자회의 회원국과 그룹 회동도 소화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과는 따로 만났다. 지난 5~11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20개국 정상과 만난 것을 더하면 한 달 새 60여 개국 정상급 인사와 양자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표현대로 ‘세계 외교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전방위 외교전에 나선 것은 1차적으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면 양자회담을 통해 정상 간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의중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양자회담 성사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우선 유엔본부 바로 앞 주유엔 한국대표부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양자회담 장소를 대표부 건물로 정했다. 1층에는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정상들의 대기 공간과 오·만찬 장소는 따로 만들었다. 상대국 정상을 제때 회담장에 모셔 오기 위해 의전 요원들을 미리 유엔본부로 파견해놓기도 했다. 김 차장은 “전방위 외교전은 엑스포 유치라는 목표를 넘어 우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역할 반경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에서 수교 이후 최초로 정상회담을 개최한 국가는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부룬디, 모리타니아, 에스와티니 등 9개국에 이른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번 양자회담의 경제적 의미는 ‘신시장 확대’ ‘교역과 공급망 다변화’로 요약된다”고 했다.

뉴욕=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