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위험한 책이죠, 마음이 불편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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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사람들 이서하 시인조금 진전 있음
이서하 지음 / 민음사
164쪽│1만2000원
이서하 지음 / 민음사
164쪽│1만2000원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위험한 책’입니다.”
이서하 시인(31·사진)은 자신의 신간 시집 <조금 진전 있음>에 대해 “주체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존재들, 사고의 폭을 넓히지 않는 편협한 존재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책은 이 시인이 3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이다.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펴낸 데뷔작 <진짜 같은 마음>에서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하듯 풀어놨던 그다. 이번 시집에선 인생에서 마주치는 ‘위험한 일’들을 건조한 어조로 진술했다. 그는 위험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대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최근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목차부터 ‘위험’이 도처에 도사린다. 수록작 59편의 제목은 전부 ‘가장 위험한…’으로 시작한다. 시인은 첫 시집을 낸 뒤 줄곧 이런 제목의 시들을 발표해왔다. 시작은 2020년 쓴 ‘가장 위험한 죽음’이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겪고 ‘상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실감했죠. 그러면서 세상의 온갖 위험한 것들로 시선을 넓히게 됐습니다.”
수록된 작품들은 평소 사람들이 관심을 건네지 않는 존재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가장 위험한 옛날 교회’는 사람이 떠난 교회에 덩그러니 남은 의자가 주인공이다. 사물이 겪는 부조리함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안기기도 한다. ‘가장 위험한 되감기’는 대놓고 지직거리는 소음을 연상하게 하는 삽화를 실었다. 그림을 자세히 뜯어보면 미세한 글자가 빼곡히 적힌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인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도,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세상의 잡음을 의미한다”며 “이런 외면받는 목소리들을 소음으로 여기는 편협함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이 시인은 “불편함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진전”이라고 했다.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로 가득한 시집임에도 제목을 ‘조금 진전 있음’으로 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위험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는 없겠죠.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이서하 시인(31·사진)은 자신의 신간 시집 <조금 진전 있음>에 대해 “주체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존재들, 사고의 폭을 넓히지 않는 편협한 존재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책은 이 시인이 3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이다.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펴낸 데뷔작 <진짜 같은 마음>에서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하듯 풀어놨던 그다. 이번 시집에선 인생에서 마주치는 ‘위험한 일’들을 건조한 어조로 진술했다. 그는 위험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대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최근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목차부터 ‘위험’이 도처에 도사린다. 수록작 59편의 제목은 전부 ‘가장 위험한…’으로 시작한다. 시인은 첫 시집을 낸 뒤 줄곧 이런 제목의 시들을 발표해왔다. 시작은 2020년 쓴 ‘가장 위험한 죽음’이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겪고 ‘상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실감했죠. 그러면서 세상의 온갖 위험한 것들로 시선을 넓히게 됐습니다.”
수록된 작품들은 평소 사람들이 관심을 건네지 않는 존재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가장 위험한 옛날 교회’는 사람이 떠난 교회에 덩그러니 남은 의자가 주인공이다. 사물이 겪는 부조리함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안기기도 한다. ‘가장 위험한 되감기’는 대놓고 지직거리는 소음을 연상하게 하는 삽화를 실었다. 그림을 자세히 뜯어보면 미세한 글자가 빼곡히 적힌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인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도,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세상의 잡음을 의미한다”며 “이런 외면받는 목소리들을 소음으로 여기는 편협함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
이 시인은 “불편함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진전”이라고 했다.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로 가득한 시집임에도 제목을 ‘조금 진전 있음’으로 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위험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는 없겠죠.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