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반려동물 죽음은 어떻게 극복하나
세계적 가수 겸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14년을 함께 지낸 개 사만다의 유전자를 복제한 강아지 두 마리를 기른다. 그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 이같이 썼다. “사만다를 잃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계속 함께하고 싶었어요. 사만다의 일부를 살려둘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보내기가 조금 더 쉬워졌죠.”

미국에선 스트라이샌드처럼 반려동물과 다양한 형태의 이별 의식을 치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하다.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러주는 전문 업체가 늘고 있다. 경조 휴가 제도에 ‘반려동물 장례 휴가’를 도입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웰즐리대 커뮤니케이션 및 홍보 부서에서 선임 편집작가로 일하는 E. B. 바텔스는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추모하는 사례들과 자신의 경험을 <아는 동물의 죽음>에서 소개한다.

저자는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권리를 박탈당한 슬픔’이라고 말한다. 분명히 큰 슬픔인데도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을 잃었을 때처럼 공감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충분히 추모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인간이 동물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해온 건 꽤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인은 고양이가 죽으면 추모의 의미로 온 가족이 눈썹을 밀었다. 또한 죽은 반려동물을 천으로 감싸 사람과 동일한 방식으로 미라로 만들었다. 중세시대엔 사체를 박제했다. 유전자를 복제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3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떠난 동물을 기억하고 추모해왔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새, 거북이,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때 그들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대가다. 이런 상실의 아픔을 겪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우리는 왜 마음의 상처를 저당 잡히는 걸까. 저자는 이에 대한 답으로 “사랑하고 잃는 것이 아예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의 말을 제시한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잘 작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며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다독인다. “동물을 키운 경험은 우리를 크게 변화시키거나 인생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더욱 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