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업계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최종안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일부 규제가 완화됐지만 구체적 조항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5%로 제한하는 가드레일 최종안을 발표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확장 5%(클린룸 등) 미만, 28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상 범용 반도체는 10% 미만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미 상무부가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초안과 관련해 5% 미만까지 허용한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인 확장 기준을 두 배로 늘려달라고 요청해왔으나 결국 수용되지 않았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상무부의 이날 최종안에 대해 “조항 해석이 분분한 만큼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상무부는 가드레일 초안에서 금지 대상의 ‘중대한(significant)’ 거래를 10만달러(약 1억3355만원) 이내로 규정한 조항도 최종안에서 제외했다. 그만큼 초안보다는 규제가 완화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을 대변하는 미국 정보기술산업위원회(ITIC)가 반대 의사를 반영해 최종안에서 빠졌다고 보도했다. 한 상무부 관리는 “향후 ‘중대한 거래’에 대한 정의는 규정이 아니라 각 기업에 부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가드레일과 별개로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 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중국에 반입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규제와 관련해 1년 유예 조치를 받았다. 다음달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양국은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약 40%, SK하이닉스는 D램의 20%와 낸드플래시의 40%가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김익환/박한신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