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미국 고용시장

매파 파월, 뜨거운 노동시장, 치솟은 채권금리…3중고에 빠진 미 증시 [나수지의 미나리]
22일(현지시간)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을 놀라게했습니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1000건으로 예상인 22만5000건보다 낮았습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이정도로 내려온 것은 지난 1월이후 처음입니다. 계속해서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사람 수도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주간 계속 실업 청구건수는 166만명으로 예상치인 169만명보다 적었습니다. 역시 올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산탄데르 캐피털은 "신규 채용 속도가 느려지고 있지만 정리해고 역시 최저 수준"이라며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날 FOMC에서 매파적인 점도표로 얼어붙었던 시장은 고용지표에 한 번 더 위축됐습니다. 노동시장이 계속 뜨겁다면 연준이 금리를 연내 한 번 더 인상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여기에 장기 중립금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10년물 장기채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어제 공개한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이 바라본 장기 중립금리 중위값은 2.5%로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2.5%보다 장기 중립금리를 높게 본 위원들도 5명이나 있었습니다. 이 숫자는 지난 12월에는 2명, 6월에는 3명이었는데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기 중립 금리가 높아진다면 높은 금리 수준이 경제의 '뉴 노멀'로 자리잡는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맞춰 경제 주체들의 행동 양식도 기존과는 완전히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기 중립금리가 높아진다면 연준의 정책 기조인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을 넘어, 더 높은 금리가 영원히 유지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오전 미국 3대지수는 치솟은 채권금리, 장중 한 때 1% 넘게 치솟은 유가, 뜨거운 노동시장을 보여주는 실업수당 지표의 영향으로 1% 안팎 하락했습니다.

영국 기준금리 동결, 튀르키예 기준금리 5%P 인상

매파 파월, 뜨거운 노동시장, 치솟은 채권금리…3중고에 빠진 미 증시 [나수지의 미나리]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8월까지 14회 연속 금리 인상을 이어왔던 금리 인상 릴레이를 멈췄습니다. 어제 8월 영국 소비자물가가 발표되기 전만 하더라도 시장은 이번에도 영국 중앙은행이 0.25%P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8월 영국 근원 CPI가 6.2%로 예상치인 6.8%보다 낮은걸로 드러나면서 시장에서도 생각을 바꿨습니다. CPI 발표 이후 시장은 금리 동결 가능성을 20%에서 57%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영국 중앙은행 내부에서도 금리를 한차례 더 올려야한다는 의견과 동결해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5대 4로 금리 동결쪽에 힘이 실렸습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25%에서 5%P 올린 30%로 결정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지난 5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7%, 8월에는 59%로 급등하면서 물가를 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기 전까지만 해도 높은 물가를 저금리로 잡겠다는 상식에 반하는 정책을 이어왔지만, 재선에 성공한 이후부터는 급격히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있습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