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er for Forever?…국채 투매, 금리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9월 21일 목요일>

◆미국 주식 : 다우 -1.08%, S&P500 -1.64%, 나스닥 -1.82%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494%(14.7bp), 2년물 5.144%(2.4bp)

매파적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탓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1일(미 동부시간) 새벽부터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 중앙은행(Fed)의 '더 높은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 기조를 받아들여 내년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2분기에서 4분기로 확 늦췄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도 성장이 탄탄하고 노동시장이 빡빡하다면 Fed는 금리 인하라는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Higher for Forever?…국채 투매, 금리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아침 8시 30분, 매주 목요일 발표되는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나왔습니다. 지난 16일로 끝난 한 주간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무려 2만 건 감소한 20만1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본 월가의 예상 22만5000건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지난 6주 동안 다섯 번째 감소해 지난 1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실업급여를 청구한 건수도 줄었습니다. 지난 9일로 끝난 한 주간 연속 청구 건수는 2만1000건 줄어든 166만2000건으로 발표됐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실업급여 청구는 역사적 기준으로도 낮은 수준(팬데믹 이전 평균 21만8000건)이며, 이는 노동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밝혔습니다. RSM은 "청구 건수가 평균 25만 건 미만으로 유지되는 한, 미국 경제는 탄탄한 노동시장에 힘입어 연착륙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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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매달 초 발표하는 고용보고서를 만들 때 매달 12일이 포함된 주에 조사합니다. 지난주 노동시장 상황이 오는 10월 6일 발표될 9월 고용보고서에 나타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지난주 큰 폭으로 감소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9월 고용이 강하게 나올 것을 시사합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순간 폭등했습니다. 10bp가 넘게 뛰어 최고 4.5% 선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국채 패닉 셀(panic sell, 투매)이 나타났다. 장기 채권을 사겠다는 트레이더가 사실상 사라져서 며칠 더 이런 금리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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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FOMC가 매파적이었고,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의 문을 열어놓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하다"라는 것입니다. 경제가 강해서 인플레이션이 더 끈적끈적할 수 있고, 그래서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라는 것이었죠.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의 재균형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부터 노동시장이 뜨겁고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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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도 얼어붙은 채권 시장을 더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WSJ은 '더 높은 금리는 단지 장기간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할 수도 있다'(Higher Interest Rates Not Just for Longer, but Maybe Forev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Fed 일부 위원은 금리가 오래가 아니라 영원히 높아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인플레이션을 가속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라고 적었습니다. 중립금리는 통상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Fed의 물가 목표)에 0.5%포인트 정도를 더한 수준입니다. 그동안 2.5%로 추정됐습니다. 어제 제시된 점도표에서도 중앙값은 2.5%였습니다. 하지만 Fed 위원 18명 중 5명은 이를 3% 이상으로 찍었습니다. 이는 지난 6월 3명, 지난해 12월 2명보다 더 많습니다. 점점 더 많은 Fed 위원들이 중립금리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파월 의장도 5.25~5.5%에 달하는 기준금리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노동시장이 탄력성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립금리 상승 때문일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는 "중립금리가 올랐을 수도 있다. 현재 중립금리가 생각보다 높을 가능성은 확실히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Fed 위원들은 또 2026년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전망치는 2.9%로 제시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중립금리가 2.5%보다 높아졌다는 또 다른 신호입니다. WSJ은 중립금리가 올라간 이유로 미국의 높은 경제 성장세, 더 많은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노령화 등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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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나온 8월 기존주택 판매 데이터는 전월 대비 0.7% 감소한 연율 404만 채를 기록했습니다. 예상치 410만 채를 밑돌아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그렇다고 주택 시장이 침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매매가 줄었지만 매매 가격(중앙값)은 계속 올랐습니다. 7월 40만5700달러에서 8월 40만7100달러로 증가했고, 전년 대비 3.9% 올라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7.2%까지 상승한 게 매매 감소의 주 원인이지만, 매물이 모자란 것도 큰 이유입니다. 기존주택 재고는 3.3개월분으로 전월과 같았습니다. BMO는 "모기지 금리 상승, 공급 제한, 악천후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탄탄한 보고서였다. Fed의 금리 인상은 주택 판매에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경제 확장에 해를 끼칠 만큼은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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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8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4% 하락한 105.4를 기록했습니다. 17개월 연속 내림세입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경기선행지수는 제조업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서 경제에 있어 서비스의 중요성 증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동행지수가 현재 경제성장률을 더 잘 반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8월 경기동행지수는 전월보다 0.2% 오른 110.6으로 집계됐습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9월 제조업 지수는 -13.5로 전월 12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원래 변동성이 커서 널뛰기를 합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지불 가격과 받은 가격 지수가 모두 다시 상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금리 상승세는 지속됐습니다. 오후 5시께 국채 10년물 금리는 14.7bp 상승한 4.494%에 거래됐습니다. 30년물은 17.8bp 오른 4.578%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자 2022년 6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2년물은 2.4bp 오른 5.144%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Fed가 중립금리가 높아졌음을 시사하면서 이에 영향받는 장기금리가 집중적으로 올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Higher for Forever?…국채 투매, 금리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 관계자는 "금리가 4.65%까지 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라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① Fed의 'higher for longer' 기조가 점점 더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기조가 꺾이기 전에는 금리가 떨어진다 해도 많이 내려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② 계속해서 국채 발행이 쏟아질 것이란 겁니다. 이 관계자는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바이든 정부는 계속해서 돈을 쓰게 될 것이다. 반도체 법과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에 따른 보조금 등이 이제 본격 집행되기 시작한다. 국채가 계속 나오면서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③ 지금 장기물을 매수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장기물 금리가 많이 올랐다지만, 수익률 곡선 역전으로 단기 금리가 훨씬 높다. 지금 채권 시장이 불안해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 위험을 질 이유가 별로 없다. 듀레이션이 짧은 단기물 위주로 사겠다는 수요가 많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는 오늘 블로그에서 "투자자 대다수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단기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년에 Fed가 여러 차례 금리를 낮출 것이기 때문에 미니 채권 강세장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 저는 Fed가 기준금리를 다 올렸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채권은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할 것이다. 국채와 회사채를 더 적게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막대한 재정 지출로 인해 혜택을 받는 소비자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그건 기대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이를 길들여 2%로 낮추는 것은 가장 어려울 것이며 3% 채권 금리를 상상하기 어렵다 ▲ 기존 미 연방정부 국채(33조 달러)의 약 30%가 향후 16개월에 걸쳐 만기를 맞는데, 기존 수익률 수준에서는 누가 구매할 것인가. Fed는 양적 긴축(QT)을 통해 연 1조 달러 정도를 매도하고 있다. Fed가 2024년에 기준금리를 낮춘다 해도 10년물 금리를 4.0% 밑으로 떨어뜨리기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채권을 살 때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신채권왕'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지금, 이 순간 국채가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보다는 단기적으로 볼 때 더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BCA리서치는 "미 국채 수익률은 Fed의 긴축 주기가 끝나감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 거래될 것이다. 이 범위의 상향 돌파는 인플레이션의 두 번째 물결이 새로운 금리 인상을 촉발하는 경우에만 발생하며, 수익률 하락은 노동시장의 고통으로 인해 Fed의 극적인 완화가 필요할 때만 발생할 것"으로 봤습니다.

개장 전부터 장기금리가 치솟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장 막판으로 갈수록 하락 폭은 더 커졌습니다. 하루 중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1.08%, S&P500 지수는 1.64% 내렸고 나스닥은 1.82%나 급락했습니다. 모든 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이 1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았습니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약세 신호입니다.
Higher for Forever?…국채 투매, 금리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아마존이 4.41%, 테슬라 2.62%, 엔비디아 2.89% 떨어지는 등 높은 금리에 취약한 기술주가 큰 폭으로 후퇴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달에만 16% 이상 내렸습니다. 반다 리서치는 인기 있는 AI 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매 수요 감소와 기관 투자자들의 신중한 위험 심리가 결합하면 AI 관련주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 앞으로 몇 주 안에 뚜렷한 반전을 예고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의 "공포 게이지"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오늘 15.85%나 올라 17.54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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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의 공화당 지도부가 예산안 통과의 핵심 중 하나인 국방수권법 절차 투표에 또다시 실패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공포는 더 커졌습니다. 장 후반 지수를 끌어내린 요인 중 하나입니다. 연방정부의 폐쇄는 4분기 성장에 위협 요인일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고용 등 중요한 미국의 경제 데이터가 제때 나오지 못할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2013년 연방정부 폐쇄 때 고용보고서 발표가 지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폐쇄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보고서는 10월 3일 구인·이직보고서(JOLTS) 이고 그다음은 10월 6일 고용보고서입니다. Fed가 이런 데이터 없이 11월 FOMC를 열어야 할 수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