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한국관 전경. 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메트로폴리탄 한국관 전경. 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22일 “한국관 개관 25주년을 맞아 한국 미술 전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역할을 전담할 ‘한국국제교류재단-삼성문화재단 한국 미술 큐레이터’직도 신설해 영구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삼성문화재단 등의 협력과 지원으로 이뤄낸 성과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한국관이 들어선 건 25년 전인 1998년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삼성문화재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금, ‘이건희 한국미술기금’의 지원을 받아 개관했다. 외환위기 와중인데도 기업과 국가가 힘을 합쳐 외국 박물관에 ‘한국 미술의 전초 기지’를 세운 것이다.

이유는 이랬다. 한국 문화의 매력을 외국에 널리 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들에게 훌륭한 한국 미술품을 자주, 많이 보여주는 것. 그러려면 해외에서 한국 관련 전시가 자주 열려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 한국 미술품들을 상설 전시하는 ‘한국관’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이 지난 수십년간 국가 차원에서 해온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국관은 개관 직후 많은 관심을 끌어모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급성장한 한국 문화의 위상에 비해 전시 수준과 공간이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미술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받는 일본관·중국관에 비해 우리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왼쪽부터 삼성문화재단 류문형 대표, 한국국제교류재단(KF, Korea Foundation) 김기환 이사장,  메트로폴리탄박물관 Eleanor Soo-ah Hyun 한국국제교류재단-삼성문화재단 한국미술 큐레이터, Max Hollein 관장, Maxwell K. (Mike) Hearn 아시아미술부장.
왼쪽부터 삼성문화재단 류문형 대표, 한국국제교류재단(KF, Korea Foundation) 김기환 이사장, 메트로폴리탄박물관 Eleanor Soo-ah Hyun 한국국제교류재단-삼성문화재단 한국미술 큐레이터, Max Hollein 관장, Maxwell K. (Mike) Hearn 아시아미술부장.
미술계는 이번 큐레이터직 신설을 통해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 생긴 초대 한국 미술 큐레이터 자리에는 엘레노어 현(한국명 현수아)이 앉았다. 박물관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2019년부터 5년간 공동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큐레이터직을 설치할 수 있었다”며 “한국 미술 전시 강화, 공동 장학금 및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국미술 큐레이터직 영구 운영을 위해 기금을 설치한 건 처음”이라며 “한국 미술의 영역 확장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됐다”고 했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한국 미술 문화를 새롭게 이해하고 문화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삼성문화재단이 함께 만들어 낸 오랜 협력의 유산을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함께 더욱 넓혀 나가며 한국 미술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제기: 한국 전통 의식 소품'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제사에서 사용했던 제기와 소품, 국가 행사에서 연주됐던 악기 등을 소개하는 전시다. 오는 11월 7일부터는 '전통 :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의 한국 미술' 전시가 열린다. 한국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주요 소장품을 본격적으로 내보이는 전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