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5번가 애플 스토어
뉴욕 맨해튼의 5번가 애플 스토어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와 인접한 5번가 거리. 이 곳에는 애플 사용자들의 '성지'로 불리는 애플 매장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는 애플의 상징과 같은 매장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닮은 외관, 나선형 계단을 돌아 내려가면 구름을 닮은 유리창 사이로 자연광이 비치는 내부, 30개가 넘는 언어로 응대하는 900여명의 직원까지 애플 '덕후'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요소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고백건대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갤럭시 S2로 스마트폰에 입문해 한 번도 갤럭시를 떠난 적이 없었지요. 지금 사용중인 기종은 갤럭시의 S21 울트라입니다. 사용한지 2년이 좀 넘었지만 아직까지 불편함이 없습니다. 삼성페이의 편리함은 물론이고 통화 녹음이 가능하다는 강력한 장점때문에 꾸준히 갤럭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죠. 그런 제가 아이폰 15 출시 첫 날인 22일(현지시간) 애플의 심장과 같은 뉴욕 맨해튼 5번가 매장에 갤럭시를 들고 들어가봤습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갤럭시로 '셀카'도 찍었습니다. 쿡 CEO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아이폰 15 판매 첫 날 분위기와 신제품 구매기, 팀 쿡 CEO와 만나 갤럭시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은 에피소드까지 생생한 이 날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오전 7시 30분 - 한 블럭 넘게 늘어선 줄을 마주치다

뉴욕의 5번가 애플 매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아이폰 15 출시일인 이 날은 잠시 매장 문을 닫고 오전 8시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판매 시작 시간에 앞서 도착한 애플 매장에는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평소 애플 매장 옆 넓은 공간은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어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이 날은 의자와 테이블은 모두 치워지고 대신 사람들이 양 옆으로 빽빽하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줄은 애플 매장이 있는 위치에서 한 블럭 뒤까지 이어졌습니다. 애플 로고가 보이는 매장 정면에는 현지 언론들의 카메라와 조명이 자리잡았고, 사다리를 들고와 높은 곳에서 인파를 담으려는 카매라맨과 기자들로 붐볐습니다.

오전 7시 50분 - 애플 직원들의 환영인사 시작

아이폰 15 판매가 시작되기 전 박수치며 환호하는 애플 매장 직원들
아이폰 15 판매가 시작되기 전 박수치며 환호하는 애플 매장 직원들
신제품 공개 시간인 오전 8시가 다가오자 남색 계열 옷을 입은 애플 직원들이 문 밖으로 나와 분위기를 돋우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은 애플 매장 입구 양 옆에 늘어서서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환호했습니다. 환호는 8시가 될 때 까지 이어졌습니다. MBTI가 E(외향형)가 아니라 I(내향형)인 사람들은 애플 매장 직원으로 일하기도 힘들겠구나. 엉뚱한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습니다.

오전 8시 - 팀 쿡의 등장

애플 매장 앞에서 사진 요청에 응하는 팀 쿡 CEO
애플 매장 앞에서 사진 요청에 응하는 팀 쿡 CEO
마침내 8시가 되자 애플 직원들의 환호성 속에서 팀 쿡 CEO가 애플 매장의 유리문을 열고 등장했습니다. 그렉 조스윅 애플 글로벌마케팅 수석 부사장도 함께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조스윅 부사장과 쿡 CEO가 동시에 나와야 했을텐데, 쿡 CEO쪽의 문이 열리지 않아서 직접 문 아래로 손을 뻗어 문을 열고 나오는 소소한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쿡 CEO는 아이폰 15를 사러 온 고객을 한 명 한 명 응대했습니다. 매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모두 들어주고 악수와 싸인 요청도 거절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매장 직원들은 그런 쿡 CEO와 고객들을 둘러싸고 계속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입장하는 고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손을 마주잡기도 하면서 '당신은 환영받고있다'는 메시지를 온 몸으로 전달하려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쿡 CEO는 10분정도 외부에서 사람들을 맞이한 다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박수치던 애플 직원들도 함께 매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전 8시 30분 - 애플 매장 내부 입성

나선형으로 디자인된 뉴욕 맨해튼 5번가 애플 매장 입구
나선형으로 디자인된 뉴욕 맨해튼 5번가 애플 매장 입구
나선형 계단을 돌아 내려간 애플 스토어 내부 역시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쿡 CEO가 아직 있으려나? 매의 눈으로 매장 내부를 둘러봤습니다. 이내 카메라와 사람들로 둘러쌓인 쿡 CEO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팀 쿡 CEO는 매장 내부에서도 고객들과의 스킨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방금 구매해 '따끈따끈'한 애플 쇼핑백을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이폰 상자 위에 사인을 해 주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줬습니다. 팀 쿡의 싸인은 꽤 간단했습니다. 필기체로 자신의 이름(Tim Cook)을 모두 적었습니다. 이름이 짧아서 사인도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애플의 신제품을 사러 온 사람들의 손에는 이미 애플의 이전 모델이 들려있었습니다. 매장 안에서 아이폰을 들고있지 않은 사람은 저 뿐인듯 했습니다. 아직 아이폰 신제품을 손에 넣지 못했는데, 갤럭시를 들고 팀 쿡 CEO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면 주변의 애플팬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갤럭시를 쥔 손에 힘이 꽉 들어갔습니다.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다는 기자에게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다는 기자에게 "아이폰을 구매해서 기쁘다, 환영한다"고 말하는 팀 쿡 CEO
잠시의 기다림 끝에 팀 쿡 CEO 앞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환한 표정으로 다가온 팀 쿡 CEO에게 대뜸 손에 쥔 갤럭시를 내밀었습니다. "나는 갤럭시 사용자다. 하지만 오늘은 아이폰 15를 사러 왔다"고 말하자 팀 쿡 CEO는 "고맙다, 정말 기쁘다, 환영한다"고 환하게 웃으며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보였습니다. 다행히 애플팬들에게 돌팔매를 맞지는 않을 것 같군. 마음이 놓였습니다. 갤럭시 '셀카' 요청에도 팀 쿡 CEO는 흔쾌히 응했습니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팀 쿡 CEO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팀 쿡 CEO
다음으로는 팀 쿡 CEO가 사용하는 휴대폰 기종을 물었습니다. 팀 쿡 CEO는 "나는 프로 맥스를 쓴다"면서 "아이폰 15 신제품을 미리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애플의 중국 판매에 대해 물었습니다. 애플의 신제품이 중국에서 얼마나 팔릴지는 지금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사안입니다. 아이폰 15 발매 직전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플 주가는 이틀만에 7%가까이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의 중국 판매 속도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팀 쿡 CEO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잘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답변 내용이 현재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처럼 들려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팀 쿡 CEO는 "간밤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를 시작했는데 수치가 좋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중국에서 신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이 애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시장이 아이폰15 판매량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팀 쿡 CEO가 중국의 첫날 판매량을 보고받고 향후 실적에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을 내놓은겁니다. 글로벌 아이폰 초기 수요에 대해서도 "초기 판매량이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IB)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아이폰 15 사전주문량이 걱정했던 것 보다 낫다"며 "아이폰 15 프로 맥스의 경우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지난 7년동안 출시된 모델 중 가장 긴 5~6주"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저렴한 기본 모델에 비해 프로모델의 배송 기간이 더 오래걸린다"며 "(고가 상품이 잘 팔린다는 측면에서) 제품 판매 비율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오전 10시 10분 - 아이폰 15를 손에 넣다

아이폰 당일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애플 매장 옆으로 한 블럭 이상 줄을 서 있다.
아이폰 당일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애플 매장 옆으로 한 블럭 이상 줄을 서 있다.
팀 쿡 CEO와의 짧은 대화 이후 매장 밖을 나와 기자에서 아이폰 구매 고객으로 태세를 전환했습니다. 일주일 전 사전예약해둔 아이폰 15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사전 예약을 했다는 이메일을 보여주자 직원은 (그나마) 가장 짧은 줄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매장에 다시 들어가기까지는 40여분이 걸렸습니다.

이메일로 받은 QR 코드와 신분증을 건네자 직원이 바로 준비된 아이폰 15를 넘겨줬습니다. 새 모델을 넘겨주기 전 애플 매장 직원은 "새로운 모델은 충전기가 C 타입으로 변경됐다"며 "C 타입용 충전 케이블은 제품에 들어가있지만, 어댑터는 없기때문에 추가로 구매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C타입용 어댑터는 19달러였습니다. 이미 C타입 충전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예약한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용량을 늘리고 싶은 경우 매장에서 바꿔서 구매할 수도 있었습니다. 다만 제품마다 재고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바꿀 수 있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그 이후에 바꿀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매장에는 아이폰 15 모델 전제품이 전시되어있었습니다. 외형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C타입 충전기였습니다. C타입 충전기 하나로도 드디어 모든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소비자 입장에서 어쩐지 후련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용하는 제품에 맞춰 다양한 케이블을 구비해두셨던 분 들이라면 대부분 비슷하게 느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광택이 느껴지는 아이폰 14(왼쪽)과 무광으로 처리된 아이폰 15(오른쪽)
광택이 느껴지는 아이폰 14(왼쪽)과 무광으로 처리된 아이폰 15(오른쪽)
아이폰 15와 15 플러스 기준 가장 달라진 부분은 후면부 질감이었습니다. 아이폰 14는 광택이 있는 소재인데 반해, 아이폰 15는 무광 소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광보다 무광 소재의 느낌이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된 아이폰 15, 아이폰 15 플러스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된 아이폰 15, 아이폰 15 플러스
색상은 분홍 노랑 연두 하늘 검정으로 5종류가 출시됐습니다. 가장 무난한 흰색이 빠졌는데, 실물을 보니 하늘색 모델이 거의 흰색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전 기종 모두 강렬한 색상대신 파스텔톤으로 귀엽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아이폰 14와 비교해 베젤 부분이 얇아진 아이폰 15
아이폰 14와 비교해 베젤 부분이 얇아진 아이폰 15
화면 테두리 부분인 베젤도 줄었습니다. 아이폰 15만 두고 볼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14 모델을 바로 옆에 두고 비교해보니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광택이 느껴지는 아이폰 15 프로, 아이폰 15 프로 맥스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광택이 느껴지는 아이폰 15 프로, 아이폰 15 프로 맥스
아이폰 15 프로와 프로맥스 역시 소재가 가장 눈에 들어왔습니다. 애플은 티타늄 소재를 적용한 프로를 중심으로 신제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손에 쥐었을 때 아이폰 15 플러스 모델과 아이폰 프로, 아이폰 프로 맥스 기종은 무게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폰 15모델만 확연히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 무게는 아이폰 15가 171g, 플러스 201g, 프로 201g, 프로맥스 221g 입니다. 티타늄 소재는 은은한 광택이 돌았습니다. 은은한 광택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아이폰 프로는 주로 차분한 무채색으로 4종류가 출시됐습니다. 아이폰 15와 아이폰 15는 스마트폰의 베젤 부분과 앞 뒷면이 각을 세워 맞닿아있는 느낌이었는데, 프로와 프로맥스는 앞부분 화면을 제외한 옆과 뒷부분이 부드럽게 이어져있는 인상이었습니다.

마치며 - 첫 아이폰과의 만남

아이폰 15 출시 첫날 애플 스토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줄을 선 사람들의 표정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러 온 사람이 아니라 인기 가수 공연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으로 보였습니다. 애플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본 경험, 팀 쿡 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직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매장에 입장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플의 '생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갤럭시로 '셀카' 요청하자…팀 쿡 애플 CEO가 보인 반응은? [나수지의 뉴욕리포트]
그렇다면 이 모두를 경험한 저는 오늘부로 아이폰으로 갈아타는 것이냐고요? 아직은 (열심히 이 기사를 쓰느라) 아이폰 15 박스를 풀지 못했습니다. 아직 '정정한' 갤럭시 S21을 떠나보내는 것도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당분간은 스마트폰 두 대를 한 대는 미국 유심, 다른 한 대는 한국 유심을 끼워 모두 사용할 예정입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