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신축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데, 구축 가격이 빠질까요?”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를 꽤나 오랫동안 겪어와서 집값 상승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유동성이 마르고 있는 시기입니다.” (박은정 하나감정평가법인 이사)
왼쪽부터 심은지 한국경제신문 기자(사회),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박은정 하나감정평가법인 이사
왼쪽부터 심은지 한국경제신문 기자(사회),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박은정 하나감정평가법인 이사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집코노미 박람회 2023’ 첫번째 세션에선 향후 집값이 계속 반등할지, 재하락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이 진행됐다. 윤 연구원은 공급 감소와 분양가 오름세 등을 바탕으로 ‘상승’을 점쳤으며, 박 이사는 이미 충분한 물량이 공급됐고 긴축 기조가 이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하락’에 베팅했다.

“인구 줄지만 가구 수는 늘어”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윤 연구원의 주제발표로 이날 토론은 시작됐다. 윤 연구원은 “지난 3월 9억원 하던 서울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분양가가 요즘엔 11억5000만원 하는데도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넘는다”며 “신축 가격이 오르는데 기존의 구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잿값과 금융비용 인상 여파로 분양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은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10만2299가구로 1년 전에 비해 54.1% 급감했다. 윤 연구원은 “지금도 한국의 자가주택보유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바닥권”이라며 신규 공급 부족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장했다. 그는 “실물은 물가를 반영하는 게 상식”이라며 신축부터 반영되고 있는 물가상승률 반영이 구축으로 확산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하락론자들의 주요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윤 연구원은 “인구 감소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는데, 가구 수를 살펴보면 2050년까지 수도권에서 100만가구가 오히려 늘어난다”며 “가구 수가 증가한다는 건 매매든, 전월세든 ‘살 집’이 더 필요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초 집값 반등세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단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가 줄고 매물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윤 연구원은 이에 대해 “올해 실제 서울에서 거래가 많았던 곳을 살펴보면 노원구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가지역”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로 거래가 늘었다는 건 착각”이라고 했다.

매물이 쌓이고 있는 지금이 주택 매수의 적기라는 조언도 내놨다. 윤 연구원은 “지금 나올 수 있는 매물은 웬만큼 다 나온 상황”이라며 “시중에 상품이 많이 있는 매수자 우위시장인 올해 안에 의사결정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사실 지금도 (매수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미 적정 수요량 이상 공급돼”

박은정 하나감정평가법인 이사
박은정 하나감정평가법인 이사
박 이사는 유효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반박을 내놨다. 박 이사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돈을 너무 쉽게 빌려줬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인해 유동성 축소 단계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려면 계속 더 많은 돈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인 만큼 조정의 시기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박 이사는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낮추는 ‘피벗’ 시기가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됐는데, 그보다 더 이후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처럼 거시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움직이는게 맞을지 판단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가구 수가 늘어난다고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박 이사는 “가구 수가 늘어나는 건 1인 가구가 급증해서인데, 사회초년생과 노년층 등 1인 가구는 소득이 낮아 주로 원룸 월세로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서울의 실수요자가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상황인데, 이들이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도 내놨다. 박 이사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위주로 한해당 약 20만 가구가 공급됐다”며 “이전 정부들보다 훨씬 많았던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신규공급만 생각하는데 다주택자 비율이 40%”라며 “다주택자가 갖고 있는 기축 또한 공급 물량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 인허가 등 물량이 급감한 이유는 건설업계가 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문제인 상황인데, 건설업계가 지금 주택을 공급해도 시장에서 받아줄 수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보류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최근 장기간 상승장을 겪으며 적정 수요량 이상으로 공급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