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5세 정년연장, 어떠한 고민을 해야하는가?
연금개혁이 화두다.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것’이 답일 것이다. 고민한다고 창의적인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지니 그에 따라 정년을 연장해 연금수령과 정년 시기를 맞추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고민해야 할 내용이 또 따라온다.

우선 여력이 되는 대기업이 정년을 연장하면 되겠다 싶지만 대기업은 정년 연장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근속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임금 체계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2년도 임금 체계 및 인력 운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100인 이상 기업 중 호봉급을 가장 중요한 임금 체계로 운영하는 비율이 경영지원직 50.8%, 연구개발직 45.4%, 생산기능직은 64.3%에 이른다. 근속이 기준인 호봉급 임금 체계를 운영하다 보니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들은 고령 근로자에게 마지막 몇 년 동안 매우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정년 60세를 제도화하면서 도입한 임금피크제도 최근 부당하다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고령 근로자들이 계속 일하면 젊은 신규 근로자 채용에 부담이 돼 청년 채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 한 자동차 회사는 지난 10년 동안 1만4000명이 정년퇴직했지만 신규 채용은 수백 명 수준에 불과했다.

정년퇴직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는 근로자들은 시기적으로 연금 수급과 맞아떨어지게 돼 ‘소득크레바스’(소득단절)를 해결할 수 있지만, 기업도 청년들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로 퇴직하는 최근 몇 년 동안 대기업들은 정년퇴직 근로자를 ‘촉탁’이라는 이름의 계약직으로 채용하면서 임금 수준도 상당히 낮춰 재고용했다. 기업으로선 적절한 임금 수준이라면 굳이 재고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60세에 정년을 맞아 퇴직하는 근로자가 얼마나 많은가 하는 점이다.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반 기업의 근로자들은 첫 직장에서 60세 정년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2023년도 통계청의 고령층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비율은 8.5%에 불과했다. 그나마 여성은 4.1%에 그쳤다. 55~64세 취업 유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그만둘 당시의 평균 연령은 49.4세였다. 일을 그만둔 주된 사유는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등이 11.3%였고, 조업 중단이나 휴폐업이 30.2%로 사실상 ‘실직’한 비중이 41.5%에 달했다.

초고령사회에서 계속고용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대화 없이 마련한 정년 연장 법제화는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고, 대다수 근로자에게는 오히려 그림의 떡이 돼 박탈감을 주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정년 연장이 기업이 감당할 수 있고, 고령 근로자와 청년 근로자 그리고 취약 근로자 모두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이 되도록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