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사업 앞에 드리운 먹구름이 일부 걷혔다. 두 회사의 중국 사업을 규제하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최종안 수위가 초안에 비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 가능성이 있는 만큼 두 회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中 공장 셧다운 위기 넘겨"…삼성·하이닉스 '휴~'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미 반도체법 가드레일 최종안에 대해 “최악은 면했다”는 반응을 24일 내놨다. 최종안의 골자는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수령 시점부터 10년 동안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웨이퍼 투입 기준)을 5% 이하만 확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28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상 범용 반도체는 10% 이하까지 허용했다. 상무부의 이 같은 최종안은 지난 3월 제시한 가드레일 초안과 같은 내용이다.

반도체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 생산한다. 기본적으로 웨이퍼 투입량이 증가하면 반도체 생산량도 늘어나는 구조다. 웨이퍼 투입량을 규제한다는 것은 반도체 공장 증설을 막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규제 내용을 손질하면서 한국 반도체업계는 “대응 카드를 확보했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옥죄던 반도체 기술·투자금 규제가 일부 완화되면서다. 미 상무부는 사전 협의를 전제 조건으로 중국에서 구축 중인 설비는 가드레일 규제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설비의 공정 효율화 작업을 이어갈 명분이 생겼다. 이 같은 효율화 작업은 그동안 가드레일 우려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가드레일 초안에 담긴 ‘10만달러 이상 규모의 반도체 설비확장 투자를 금지한다’는 조항도 최종안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반도체 설비의 초미세 공정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길이 열렸다. 초미세 공정으로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양을 늘릴 수 있다. 그만큼 설비 증설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두 회사는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 향방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려면 첨단 반도체 장비를 들여와야 한다. 미국 정부는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중국에 반입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규제와 관련해 1년 유예 조치를 받았다. 유예 조치 연장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