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공들여 쌓은 대중국 포위망이 흔들리고 있다. 포위망의 중추인 인도와 캐나다가 캐나다에서 벌어진 인도계 시크교도 피살사건을 두고 대립하면서다. 그간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나렌드라 모디 정권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눈감아왔지만 장기적으로는 협력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인도 '파국'에 난처한 美…反中 포위망 흔들린다
23일(현지시간) BBC 인디아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 캐나다 양국 관계는 시크교도 암살사건 이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인도계 캐나다인 하디프 싱 니자르 암살 사건이 발단이 됐다. 캐나다에서 시크교 분리독립 운동을 주도하던 그는 지난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괴한들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캐나다는 수사 결과 이 사건에 인도 당국이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다.

시크교는 인도 북서부 펀자브주에서 이슬람교와 힌두교 영향을 받아 창시된 종교다. 시크교도들은 파키스탄과 인도가 분리된 1947년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해왔다. 3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시크교도를 모아 칼리스탄이라는 독립 국가를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1970~80년대 독립 열기가 달아오르자 당시 인도 총리인 인디라 간디는 무장 진압을 명령했다. 시크교 성지인 암리차르 ‘황금사원’까지 병력이 들이닥치며 독립운동은 와해됐다. 앙심을 품은 시크교도 경호원들은 인디라 간디를 암살했다. 많은 시크교도는 캐나다 미국 등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자국민인 니자르를 인도 당국이 살해했다는 데 불만을 제기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9~10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이 문제를 언급했지만, 모디 총리는 극단주의 시크교도들이 인도 외교관과 공관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후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15일 발표했다. 갈등은 양국 주재 외교관 맞추방으로 이어졌고 인도는 22일 캐나다인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양국 관계 악화로 미국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오래된 우방인 캐나다와 떠오르는 동맹인 인도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2일 뉴욕 유엔총회 참석 중 “수사가 진행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가 수사에 협조하기를 바란다”며 캐나다 손을 들어줬다.

권위주의 리더인 모디 총리와 영미권 국가의 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FT는 “모디 총리와 여당은 종파주의를 부추기고 언론인과 시민사회단체를 방해하거나 표적으로 삼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이런 행동으로 인해 일부 파트너는 인도의 민주적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