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블래스트가 기획한 버추얼 남성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블래스트 제공
스타트업 블래스트가 기획한 버추얼 남성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블래스트 제공
K팝 콘텐츠와 기술을 결합시킨 ‘버추얼 아이돌’ 열풍이 불면서 엔터테크(엔터테인먼트+기술)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션캡처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버추얼 아이돌이 K팝 생태계 진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돌라 콘서트’에 5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등장하자 2만여 명 관객의 함성이 쏟아졌다. 무대는 어둡게 비워둔 채 전광판에 영상으로 등장한 플레이브 멤버들이 춤출 때마다 팬들은 미리 준비한 응원법을 외쳤다.

플레이브는 VFX(시각효과), 게임엔진 전문가가 모인 스타트업 블래스트가 제작한 버추얼 남성 그룹이다. 통상 아이돌 팬들이 가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앞자리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플레이브 팬들은 이날 전광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뒷자리에 주로 자리잡아 눈길을 끌었다. 플레이브는 모션 캡처를 사용해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24일 발매한 플레이브 미니앨범의 초동 판매량(1주일 판매량)은 20만 장을 넘었다.

이날 공연은 온라인으로 활동하던 플레이브의 첫 번째 오프라인 콘서트로 주목받았다. 이현우 블래스트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멤버들이 춤을 굉장히 잘 추는데 초반에는 기술이 부족해 춤 실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신체적 오차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 라이브 공연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플레이브 신곡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는 450만 회에 달한다.

과거 사이버 가수들이 뮤직비디오 촬영 등 특정 영상 속에서만 존재했다면 버추얼 아이돌은 오프라인 공연에 등장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같은 날 인천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이세계 페스티벌’에선 6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이 첫 오프라인 콘서트를 펼쳤다. 페스티벌 입장권 1만 장은 1차 예매 시작 8분 만에 전량 매진됐다. 예매자 중 10~20대 비중이 70%다.

열애설 등 사생활 문제에서 자유롭고 멤버들의 외모 관리 필요성이 없어 스타트업까지 버추얼 아이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버추얼 걸그룹 메이브의 가상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지식재산권(IP) 확장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웹툰, 게임 등 팬덤을 활용한 각종 IP사업에 캐릭터를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