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주 등 퇴직연금 선진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적극 시행해 지난 10년간 연평균 8~9% 수익률을 거뒀다. 한국도 지난 7월 디폴트옵션을 본격 시행해 연평균 1~2%에 불과한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 대부분은 여전히 정기예금 수익률 수준인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韓 '원금 보장형' 85%…美 '주식형 펀드' 70%
24일 한국경제신문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와 함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퇴직연금 자산운용 방식 조사’에 따르면 가입자의 67%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 위주로 적립금을 운용 중’이라고 답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투자상품에 절반씩 투자한다는 응답자는 25%였다. 투자상품 위주로 운용한다는 비율은 8%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시범운용 기간 디폴트옵션 기준 전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1조1019억원이다. 이 중 9393억원(85%)이 원금이 보장되는 초저위험 상품에 집중됐다. 미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은 퇴직연금 중 주식형 펀드 등 실적 배당형 상품 비율이 60~70%다.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에 실적배당상품만 허용한 미국 호주와 달리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을 포함하면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한다. 디폴트옵션 도입 후에도 가입자의 70% 이상이 원리금 보장형에 머물러 수익률 제고에 실패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