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내 물건 훔친다"...인간은 왜 확신에 찬 헛소리를 하는가 [책마을]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굳게 믿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항상 본다. 사람들은 자신을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며,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이 항상 옳고 진실에 부합한다고 간주한다.

인간은 정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인가? 독일 출신의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필리프 슈테르처는 <제정신이라는 착각>을 통해 우리가 믿고 진실이라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일종의 착각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그는 망상적인 사고와 정상적인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뇌 기능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경과학, 철학, 유전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인간의 확신을 ‘정상’과 ‘비정상’ 같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어떤 확신이 정상적인 것으로, 또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서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규명한다. 자신의 스마트폰이 해킹당했다고 믿는 직장인, 사위가 자신의 물건을 훔친다고 믿는 노부인, 제2의 9·11 사건이 일어났다고 믿는 과학자 등의 사례를 든다.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주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예측 기계로서의 뇌를 탐구한다. 저자는 과학적 사례와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뇌는 예측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을 규명한다. 뇌는 의식하지 못하는 아주 짧은 시간에 주변의 상황을 유추해 불확실성을 낮추고 생존 가능성을 높여오도록 발달해왔다. 뇌의 지각은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과정이라는 것. 뇌가 자신의 예측에 맞아떨어지는 데이터가 쌓이는 학습을 꾸준하면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예측의 가장 높은 단계는 확신이다. 확신은 가장 자기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예측이다. ‘평평한 지구학회’ 회원들에게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확신이 높은 정확성을 지닌다. 하지만 그 확신이 진실로 탈바꿈하는 것은 아니다.

확신은 인간에게 안정감을 준다.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실제로 멍청이나 바보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다. 음모론은 모순적으로 보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단순한 설명을 제공한다. 음모론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니라, 얼핏 보이게 모순된 것을 그럴듯하게 풀어주는 능력이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고 통제할 수 있는 듯한 느낌을 음모론이 선사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