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테오젠 3개월 주가. (자료=네이버금융)
최근 알테오젠 3개월 주가. (자료=네이버금융)
알테오젠의 주가가 미국 머크(MSD) 관련 풍문으로 연일 들썩인다. 풍문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MSD와 알테오젠이 맺은 기존 기술수출 계약의 수정 또는 MSD가 알테오젠을 인수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MSD에게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는 거래는 ‘계약 수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전날 8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오전 9시20분 현재 7만72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6일 알테오젠의 주가는 4만2400원이었다. 하지만 MSD와 관련 풍문이 시장에 돌면서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MSD의 보수적 M&A 행보가 '변수'

알테오젠의 MSD와 관련된 풍문은 2020년 6월 24일 기술수출 건부터 시작됐다. 알테오젠은 MSD에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를 총 4조7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알테오젠의 ALT-B4는 피하의 히알루론산 가수분해를 통해 IV 제형의 약물을 SC 제형으로 약물전달 방식을 변경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가장 큰 장점은 기존 투여 시간이 30분~2시간이었던 IV 제형 대비 SC 제형은 5~7분 이내로 투약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사는 글로벌 1위 할로자임이 유일하다. 할로자임은 22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시총 6조9532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할로자임 SC 제형 플랫폼 인핸즈(ENHANZE)를 적용해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이 5개 있으며, 지난해 매출 8800억원을 올렸다.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4조원이다. 할로자임의 60% 수준이다. 반면 실적 격차는 아직 큰 편이다. 알테오젠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88억원이었다. 의약품도매업 자회사의 매출을 제외한 별도기준 매출은 87억원에 그쳤다. 할로자임 매출의 1% 수준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ALT-B4를 적용해 IV를 SC 제형으로 변경해 품목허가까지 받은 파이프라인도 없다. 시장에서는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이 할로자임 대비 높은 것은 MSD와의 계약과 인수 협상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MSD의 알테오젠 인수 가능성에 다소 부정적이다. 2020년 당시 알테오젠 인수 의사가 있었던 MSD 입장에서 최근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MSD가 통상 지분 100%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을 하기 때문이다.

MSD에 대한 대규모 기술수출 호재가 발표되기 직전인 2020년 1분기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8000억원에서 1조원을 횡보했다. MSD가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분 100%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알테오젠의 인수를 진행했더라면 당시 인수금액은 20%의 프리미엄을 얹더라도 최대 1조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금은 알테오젠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최소 4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인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3년 만에 4배 이상 많은 인수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MSD 등 빅파마들이 M&A에 신중해진 분위기도 변수다. 한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MSD뿐만 아니라 빅파마들이 M&A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MSD가 기존 기술수출 계약 수정보다 알테오젠 인수로 얻는 이득이 크다고 판단돼야 M&A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MSD는 2021~2023년 역대 가장 보수적으로 신약 개발 바이오회사에 대한 M&A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5건, 2020년 3건, 2021년 1건, 2022년 0건, 2023년 1건의 M&A가 이뤄졌다. 특히 신약 개발 회사 M&A의 공통점은 임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열티 없는 비독점적 계약

빅파마가 SC 제형 변경 플랫폼 회사와 협업하는 이유는 특허 만료 이후 쏟아지는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에서 매출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다. SC 제형 변경으로 추가 개발을 진행하는 파이프라인 대부분은 블록버스터 항암제에 집중된다.

MSD는 키트루다 특허 방어 전략을 위해 SC 제형을 개발 중이다. 키트루다는 PD-1 단백질 타깃 면역항암제로 지난해 매출 209억3700만 달러(약 28조53억원)를 기록했다. 키트루다의 핵심 특허는 주요국에서 2028년 만료된다.

알테오젠과 MSD의 계약 구조는 총 4조70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이다. ALT-B4를 MSD가 제품에 적용해 국가별 임상을 진행하고, 국가별 품목 허가 및 판매 등 계약에서 설정한 각 단계에 진입할 경우 일정 금액을 알테오젠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알테오젠의 공시를 살펴보면 MSD가 신약 품목허가 이후 발생하는 순매출액에 따라 합의된 비율로 수령하는 로열티(경상기술료)는 없다. 그 이유는 ‘비독점적 계약’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알테오젠이 MSD와 PD-1 타깃에 대한 독점 계약을 진행할 경우 로열티와 마일스톤을 수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SC 제형, IV 대비 우월성 관건

MSD는 IV를 SC 제형으로 변경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MSD 자체 SC 제형 변경 기술과 알테오젠 ALT-B4를 각각 적용해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두 건의 키트루다 SC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테오젠에 유리한 계약 수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ALT-B4가 MSD의 SC 제형뿐만 아니라 IV 제형보다 우월한 데이터가 나와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블록버스터 항암제의 SC 제형이 IV 제형 바이오시밀러 방어에 성공한 전력이 없다는 것도 변수다. 허셉틴과 리툭산은 SC 제형을 출시했으나 IV 제형 바이오시밀러의 공격적 가격할인 공세를 막지 못했다. 다잘렉스 등 SC 제형의 매출이 상승한 사례는 IV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영향이 작용했다.

허셉틴과 리툭산은 SC 제형에 할로자임 플랫폼을 적용했다. 할로자임은 알테오젠과 마찬가지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적용한 SC 제형 플랫폼이다. SC 제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IV 제형에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추가하기 때문에 투여 용량이 늘어난다.

허셉틴 SC 제형 용량은 600mg, 리툭산 SC 제형은 1400~1600mg이다. 모두 자가 투여가 어렵다. 백신과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주삿바늘을 사용해 투여한다. 허셉틴 SC 제형은 약 2~5분에 걸쳐 양쪽 허벅지에 번갈아 가며 투여한다. 리툭산 SC 제형은 5~7분에 걸쳐 복부에 주사한다.

키트루다 IV 제형은 6주 간격, 400mg을 30분에 걸쳐 투여한다. SC 제형은 6주 간격으로 650mg을 주사하며, IV와 마찬가지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허셉틴과 리툭산 SC 제형은 IV 제형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향후 키트루다 SC 제형에서 IV보다 좋은 데이터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26일 09시 37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