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1912~1993). 생전에 누더기 장삼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모습.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성철스님(1912~1993). 생전에 누더기 장삼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모습.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제6·7대 종정을 지닌 성철스님(1912~1993)은 한국 현대 불교를 대표하는 큰스님으로 기억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그가 남긴 문장은 지금도 꾸준히 회자된다. 그에게 가르침을 구하려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누더기 장삼을 입고 경남 합천 가야산 백련암을 지키며 참선 수행에 매진했다. 정치인이든 누구든 그를 만나려면 불상 앞에 3000배를 꼬박 올려야 했다. 1993년 그가 열반에 이르자 수십만명의 인파가 해인사로 몰려들었다.
원택스님(왼쪽 두번째·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이 25일 조계사에서 성철스님 열반 30주기 추모 행사를 설명하고 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원택스님(왼쪽 두번째·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이 25일 조계사에서 성철스님 열반 30주기 추모 행사를 설명하고 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25일 원택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은 조계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오는 11월 3일 성철스님의 열반 30주기를 맞아 다채로운 추모 행사가 열린다"고 말했다.

원택스님은 성철스님 생전에 23년을 시봉하고, 사후엔 백련불교문화재단을 통해 성철스님의 사상을 전하고 있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은 성철스님 열반 30주기를 맞아 1993년에 완간한 <선림고경총서> 37권 전권을 전자책 형태로 '성철넷' 사이트를 통해 전권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 성철스님의 수행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이 책은 성철스님이 옛 스님들의 말씀 가운데 참선을 위해 가장 요긴하다고 생각되는 30여종의 저서를 가려내 번역하도록 한 책이다.
<선림고경총서> 전 37권.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선림고경총서> 전 37권.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10여년에 걸쳐 20억여원이 투입된 대장정이었다. 백련선서간행위원회의 명의로 진행된 이 사업에는 봉선사 월운스님, 성철스님 문도인 원융스님과 원영스님, 한학자 이창섭 옹, 송찬우 중앙승가대 교수, 박완식 전주대 교수 등이 번역에 참여했다. 신규탁 연세대 교수(당시 동경대 박사과정), 이인혜 동국역경원 역경위원(당시 동국대 박사과정) 등 수많은 사람들이 교정과 윤문 작업에 힘을 보탠 결과물이다.

원택스님은 "성철 큰스님이 떠나신 것은 아쉽지만 생전에 이 작업을 마쳐드릴 수 있었던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철스님은 수행법에 대한 엄청난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인물이다. 고려 고승이자 조계종을 창시한 지눌의 '돈오점수(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성철스님은 '돈오돈수'를 주장했는데, 단박에 깨쳐 완전한 지혜에 이르면 더이상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성철스님이 불을 지핀 논쟁은 지혜와 깨달음, 수행법에 대한 불교계 안팎의 성찰로 이어졌다.
올해 열반 30주기를 맞은 성철스님(1912~1993).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올해 열반 30주기를 맞은 성철스님(1912~1993).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성철스님의 정신을 기리는 학술 행사도 마련됐다.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회장 권기현 위덕대 교수)와 백련불교문화재단 부설 성철사상연구원은 오는 10월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성철스님의 불교 인식과 현대적 적용'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성철스님의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 불교학의 발전을 위해 제6회 퇴옹학술상 시상식도 이날 개최된다.

성철스님이 머물렀던 해인사 백련암에서는 10월 28일 추모 사리탑 3000배를 시작으로 참회기도, 추모 다례 등 행사가 이어진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