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름 팔아 돈 버네"…유가 고공행진에 러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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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러시아산 원유 75% 무보험 해상으로 운송
G7 가격 상한제 회피 사례 늘고 있다는 의미"
G7 가격 상한제 회피 사례 늘고 있다는 의미"

FT가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와 글로벌 보험사들의 해상 운송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해상으로 운송된 러시아산 원유의 약 75%는 서방국에 의해 제공되는 보험 서비스 없이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봄까지만 해도 이 수치는 50% 수준이었다. 8월 한 달 동안 약 250만배럴 규모의 우랄산 원유와 동시베리아-태평양송유관(ESPO) 혼합유가 해상으로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무보험으로 거래된 러시아산 원유의 양은 서방국들의 대러 제재가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가늠자로 여겨진다. 무보험 거래 건수가 많아질수록 러시아가 서방국들의 제재를 회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서방국들이 제재 기준에 부합하는 러시아산 원유에만 보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금껏 자국산 원유 수출 과정에서 서방국이 제공하는 보험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G7과 유럽연합(EU), 호주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시행해 왔다. 석유 판매 수입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한제 시행 직후 러시아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40달러까지 수직 하강했다. 원유 수출 급감으로 지난해 2월부터 누적된 경제적 피해는 1000억달러(약 133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제재 시행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의 우회술도 점차 고도화했고, 회피 사례도 늘어났다. FT는 러시아가 “보험을 포함해 서방국들이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 없이도 원유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어둠의 함대’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상반기까지 하락세이던 국제유가의 흐름까지 반전되면서 러시아로 더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대표 원유인 우랄산 원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60달러 이상까지 올랐다.

러시아는 최근 디젤, 휘발유 등 연료 수출을 금지하는 등 국제 에너지 시장을 교란하려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FT는 “러시아의 (연료 판매) 수익에 일시적으로 타격을 줄 순 있지만,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을 줄여 가격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