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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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 문만 3번 두드린 기업공개(IPO) 삼수생. 이제는 코스닥 시가총액 9위 기업이 됐다. 대역전극을 쓴 레인보우로보틱스 얘기다. 2021년 상장한 뒤 1년 넘게 뜨뜨미지근한 흐름을 보이던 주가는 올해 들어 폭주했다. 부진의 늪 속 한 줄기 희망이 된 건 삼성전자였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16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전반적인 증시 위축 속 주가가 20만원 아래로 내려갔지만, 지난달 11일까지만 해도 이 회사 주가는 24만원대로 고점을 높였다. 연초 이후(올해 1월 2일~9월 27일)론 389% 뛰었다. 올 초까지만 해도 5472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 규모도 현재 3조원을 훌쩍 넘겼다. 이 기간 코스닥 시총 순위는 97위에서 9위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급등을 두고 과열됐단 지적이 나왔다.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과도하게 높다는 분석이다. 전달 27일 기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84.32배로 비슷한 업종으로 분류된 유사그룹 PER(19.5배)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PER은 기업의 주가가 주당순이익(EPS)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수치로 주가가 회사의 순이익에 비해 적절한지를 가늠할 때 활용한다. 일반적으론 PER이 높을수록 고평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고 해석한다.

두 번의 좌절…사업 지속성에 발목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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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에이션을 둘러싼 의문 부호가 따라붙고 있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결코 쉬웠던 건 아니다. 이 회사는 한국거래소 심사 문턱에서 두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협동로봇 사업의 지속성과 수익성이 문제가 됐다. 회사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기술특례, 성장성 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시도했지만,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단계에 가로막혀 끝내 자진철회했다. 사실상 거래소가 받아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 번째 상장 도전 땐 달랐다. 결국 중요한 건 돈이 될지 여부였다. 사업성에 대한 의심을 실적 개선을 통해 불식시키면서 거래소의 예심 승인을 얻어냈다. 상장을 준비하던 2020년 말 그해 1~3분기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매출은 38억원(연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까이 불었고, 영업손실 규모도 30억원에서 8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선 모두 흥행 성공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당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기술력과 적자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몸값을 대폭 줄인 결과였단 분석이 나왔었다. 상장 첫날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을 기록해 2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 2년 가까이 되는 기간 그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주가는 대부분 2만~3만원대에서 머물렀다.

손 내민 삼성에 "3만→12만" 역전극

경기 분당의 삼성웰스토리 본사 ‘웰리봇’에서 한 직원이 로봇으로부터 국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삼성웰스토리
경기 분당의 삼성웰스토리 본사 ‘웰리봇’에서 한 직원이 로봇으로부터 국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삼성웰스토리
그러다 지금의 주가 수준을 만든 건 사실상 삼성전자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내세우는 국내 로봇 시장에 대한 성장성은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가 이뤄진 이후부터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인화 흐름이 전세계적인 추세란 점에서 로봇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덴 이견이 없지만, 그간엔 막연한 기대감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의 투자가 기대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 셈이 됐다.

올 초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가는 폭주했다. 올 1월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22%(주식 수 194만200주)를 약 590억원에 사들였다. 두 달 뒤인 지난 3월에는 약 278억원을 들여 지분을 14.99%로 확대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1월 한 달 동안 무려 127% 급등했다. 1분기(1~3월) 기준으론 268% 뛰었다. 연초 3만원대였던 주가는 순식간에 10만원을 돌파했다.

개별 호재와 더불어 국내 증시를 휩쓸고 있는 로봇 테마주 열풍 속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2분기엔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광풍에 밀려 한동안 주가 흐름이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대기업을 주축으로 한 로봇 시장 확대 기대감에 다시 강세 국면으로 돌아섰다. 삼성은 물론 두산, 한화그룹도 로봇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을 반도체 생산 공정에 투입할 것으로 밝힌 데다, 삼성웰스토리 등 삼성 계열사와 추가 협력 소식이 전해진 점도 최근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단기 급등은 부담…중장기 투자처론 매력적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
단기 급등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기술력 측면에서 본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성과는 별개로 당장의 실적 개선이 더뎌서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69억원, 영업손실 2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반기 대비 매출은 1.1%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로봇 설비에 대한 수요는 크지만, 최근 경기 불확실성 속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줄면서 국내외 로봇 장비에 대한 구매력이 약화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주가 과열 부담은 크지만, 중장기적인 성장성엔 의심이 없단 게 증권가 의견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2조3236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연간 40% 넘게 성장해 2025년 6조8842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HUBO)을 개발했다. 이족보행 로봇은 공학적 관점에서 모든 로봇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작년엔 사족보행로봇(RBQ)를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서빙 로봇과 물류 로봇(AMR)을 출시해 추가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에 대한 부담 존재할 수 있으나, 단기 관점이 아닌 중장기관점에서의 투자 접근을 추천한다"며 "회사는 로봇 부품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원천 기술력을 내재화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다양한 로봇 플랫폼 개발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협동로봇 산업은 이제 성장 초입에 있는 산업인데다 아직 이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만큼 실적 자체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 개선과 함께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