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 뉴럴링크 제공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 뉴럴링크 제공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는 공상과학(SF) 속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비롯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한발 더 나아가 전극을 꽂지 않고 뇌를 통제하려는 비침습 BC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도 등장했다.

27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BCI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7억4000만 달러(약 2조 3225억 원)로 2030년까지 연평균 17.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BCI 기술이 마비 환자뿐 아니라 뇌파를 이용한 치료, 치매 예방 등 질환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지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럴링크는 첫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들은 신체가 마비된 환자를 대상으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기술을 시험할 계획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거나 타자를 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뉴럴링크는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첫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뉴럴링크 측은 총 10명에 대해 장치 이식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지만 최종 승인된 인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임상시험은 최종 완료까지 약 6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들은 최종적으로 비만, 자폐증, 우울증, 조현병 등 질병을 치료하는데 BCI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명 '머스크' 효과로 뉴럴링크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BCI 기술 개발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은 따로 있다. 신경과학계에서 20여 년간 BCI 기술을 연구해 온 플로리안 솔즈바허 미국 유타대 교수가 설립한 블랙록 뉴로테크다. 이들은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그간 30명이 넘는 환자에게 BCI 장치를 이식했다. 뇌졸중으로 말을 못하는 사람이 인공언어장치로 의사소통을 했고 신체가 마비된 환자가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솔즈바허 교수는 지난해 '네이처'를 통해 "1년 이내에 BCI 시스템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BCI 기술 개발 기업인 싱크론은 억만장자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싱크론은 사지마비 환자의 혈관에 칩을 이식해 이들이 커서나 스마트홈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3명, 호주에서 4명의 환자에게 이식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7500만 달러(약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베조스 익스페디션'과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게이츠 프론티어'가 포함돼 있었다.

뇌에 전극을 찌르지 않고도 뇌파를 조종하는 한 단계 앞선 기술을 개발 중인 기업도 있다. 뉴럴링크의 공동 설립자 마이클 매저와 벤저민 라포포트가 세운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는 센서를 두개골 아래 부착해 뇌 신호를 조절한다. 뇌 조직 내부에 전극을 심어야 하는 기존 침습 장치보다 뇌 손상 우려가 적다. 이들은 올해 6월 3명의 환자의 두개골 내부에 장치를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는 올해 초 4100만 달러(약 547억 원)의 시리즈 B 자금을 조달해 총 자본금을 5300만 달러(약 707억 원)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9월 27일 10시 12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