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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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정점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해 영국 일본 스위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도 금리 인하가 임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학자들은 금리 정점론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보고 있다. 최근 주요국에서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고 인플레이션 완화 지표가 감지됨에 따라 중앙은행들이 "추가 긴축보다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는데, 이는 작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다. 유로존 인플레이션도 지난해 10월엔 전년 동월 대비 10.6% 올랐지만, 8월 5.2%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9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4.6%으로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29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2년만에 처음으로 4%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2020년 말 이후 처음으로 30개의 주요국 중앙은행들 중 과반수 이상이 다음 분기(올해 4분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곳의 수석 글로벌 경제학자 제니퍼 맥키언은 "우리는 글로벌 통화정책 사이클의 이정표에 도달했다"며 "긴축 사이클이 끝났다"고 말했다.

FT는 "세계 경제 활동이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쌓이면서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것"이라며 "많은 신흥 경제국들이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영국과 스위스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해 시장을 놀라게 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트 수석 경제학자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전환점에 접근했다"며 "우리는 점진적인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해소)과 성장 둔화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의 도래를 목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